한나라 안에서 치고받고 우리당-민노까지…‘대선링’ 난타전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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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정치권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공격의 선봉에 섰으며 소장파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비판에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전남 고흥군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호남 민심’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자기 이익 위해 당에 상처 주면 안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8일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모임인 ‘고경아카데미’ 초청 조찬특강에서 “요즘은 경제가 정치다. 21세기에 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인터넷 매체와의 회견에서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 전 시장은 또 “자기 이익을 위해 당에 상처를 주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며 “결국은 우여곡절 끝에 당이 화합하고 정권 교체를 하는 데 함께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이라는 자신의 지난달 27일 발언이 당 안팎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 내가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민주화 세력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이 전 시장 자신이 민주화 세력인데 자기 스스로를 비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지지율이 앞서다 보니 정치 공세를 받는 것 같다”며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빈둥빈둥’ 발언 파문이 바로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손 전 지사가 “민주화 세력은 빈둥대지 않았고 사회를 위해 열심히 투쟁했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나누는 낡은 사고로는 새로운 사회 건설을 할 수 없다”고 비판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까지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최고위원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하고 민중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모독적인 발언”이라며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진정한 민주화 세력이 아닌 친북수구좌파일 뿐인 열린우리당의 ‘위장 민주화 세력’은 이 전 시장의 발언을 교묘히 악용해 발끈하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깨끗해야 강력한 리더십 갖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국가 지도자도 진실로 국민을 대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북포럼’ 주최 특강에서 “개그맨 유재석 씨가 인기 있는 것은 가식 없고 진실 되고 사생활이 깨끗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북포럼은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외곽조직 성격의 단체다.

그는 “선진화하려면 군림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섬기고 봉사하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한국 경제는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며 “자동차 정비소에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글귀가 있는 것처럼 한국 경제도 ‘(규제를) 풀고,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구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건설 현장과 광양제철소,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등을 방문해 서∼남∼동해를 잇는 ‘U자형 국토개발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사립학교법 재개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 전 대표 측에서는 박 전 대표가 2005년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 이후 재개정 장외투쟁을 주도한 사실을 상기시키는 얘기가 나왔다.

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사학법 재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될 경우 재개정 관철을 요구해 온 박 전 대표에게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당내 경선의 50%를 차지하는 당심(黨心)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나라당 냉전 성향 벗어나야”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8일 “한나라당의 주류 세력이 냉전 세력으로 남아 있는 한 (한나라당) 대세론은 거품”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만 주장하면 만년 야당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북정책 실천계획인 ‘북한 경제재건 10개년 3단계 계획’도 발표했다. 1단계로 북핵 ‘2·13합의’에 따른 핵 동결 및 폐기 절차 돌입에 맞춰 중유 50만 t, 식량 100만 t을 제공하고, 핵 폐기 완료 및 검증이 진행되는 기간에 2단계로 200만 kW 화력발전소를 완공해 준다는 등의 구상이다. 손 전 지사 측은 “이는 현 정부가 실행해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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