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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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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이르면 이달 중 신당추진기구를 발족하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시민사회세력과의 접촉에 나설 예정이어서 탈당파 의원들이 구성한 원내교섭단체인 ‘통합신당모임’ 및 천정배 의원 중심의 ‘민생정치모임’과의 신당 추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와 함성 속 안건 통과=전당대회가 시작되기 30분 전인 이날 오후 1시 반경 대회장인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관객석은 전국에서 올라온 대의원들로 거의 들어찼다.
출석률이 72%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한 당직자는 “위기의식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대의원이 아닌 참관인 자격으로 온 당원도 1800여 명이나 됐다.
이날 회갑을 맞은 김근태 전 의장은 인사말에서 “성원이 되지 않아 체조경기장이 텅텅 비는 꿈을 꿔서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면서도 “대의원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당 의장 후보에 오른 정세균 의원이 합의 추대를 통해 의장으로 선출되는 데는 3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배기선 의원이 대의원들에게 투표 없이 지도부를 선출하겠다며 “이의 있습니까”라고 묻자 대의원들은 “와” 하는 함성과 박수로 동의했다. 객석에서 한 대의원이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쳤지만 함성소리에 묻혔다.
이에 앞서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새로 구성되는 지도부에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안건도 동의의 박수 속에 속속 처리됐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정동영 전 의장을 비롯해 김원기 김덕규 유재건 김혁규 의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 대부분 참석했고 한나라당에서는 황우여 사무총장이 축하사절로 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도 객석에서 지켜보다 “오늘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하며 도중에 자리를 떴다.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 씨, 신계륜 전 의원,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모습도 보였다. 집단탈당한 ‘통합신당추진모임’ 측에선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대의원은 탈당파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문제는 통합신당 추진 속도=정 신임 의장은 의장직 수락 연설에서 “즉각 실질적인 대통합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의장은 23일 의원 워크숍을 열어 통합신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신당 추진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전당대회가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조만간 의원들의 추가 탈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의원은 “이제 탈당의 명분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며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1개월여 동안 통합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할 경우 이른바 ‘잠재 탈당파’ 의원들은 다시 동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전 의장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자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대선 행보에 진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부동반 만찬을 한 뒤 통합의 매개역을 자임했다는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신당 창당 속도에 따라 결단을 내리겠다는 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8개월여의 의장직을 끝낸 김 전 의장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체조경기장 한쪽에서 자신의 팬클럽인 ‘김근태 친구들’ 회원들이 회갑상을 차려 주자 고깔모자를 쓰고 즐거워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2주가량 쉬면서 정치권 밖의 인사들을 주로 만난 뒤 3월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날 합의 추대된 최고위원 4명의 약력.
▽원혜영(51) △경기 부천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풀무원식품 대표이사 △14, 17대 의원 △부천시장
▽김성곤(55) △전남 여수 △고려대 사학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15, 17대 의원 △국회 국방위원장
▽김영춘(45) △부산 △고려대 영문과 △대통령정무비서관 △16, 17대 의원 △당 의장 비서실장
▽윤원호(63) △부산 △진주교육대 △부산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부산여성신문 창간 △17대 비례대표 의원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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