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유 요구량 줄일 수 있다” 한밤 태도 바꿔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12일 6자회담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번 타결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는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을 강행한 뒤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선언했지만 이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현재 가동 중인 핵시설 폐쇄뿐 아니라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과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외부로 반출하는 문제를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

12일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에 제공할 중유의 양을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기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날 회담을 시작하기 전 “오늘이 회담 마지막 날”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 자신이 11일 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제시한 대북 제공 에너지 상한선을 북한이 계속 거부할 경우 회담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나선 것.

북한이 요구한 연간 100만 t의 중유 제공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였다.

반면 한국은 이날 북한이 핵시설 폐쇄를 넘어서는 ‘핵 불능’ 등의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연간 50만 t 이상의 중유도 제공할 수 있다며 북한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시설 폐쇄는 시설 재가동을 위한 정비를 못하도록 봉쇄하는 것이고, ‘핵 불능’ 조치는 핵시설에서 핵심 부품을 제거하는 것이다.

또 북한이 만약 핵시설 폐쇄 조치를 취하는 데 그칠 것이라면 중유를 연간 50만 t 이상은 제공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시설 폐쇄에 대한 상응조치로 연간 100만 t의 중유 또는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되풀이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에너지 요구량이 처음보다 줄었지만 받아들이기엔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반전 분위기는 이날 밤늦게 감지됐다. 오후 11시경 한국 북한 중국 미국이 연쇄 양자회동을 벌인 뒤 열린 수석대표 회의에서 북한이 중유 요구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 북한은 또 중유 대신 가스나 전력을 제공받는 것에도 동의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중유 50만 t 또는 그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고 가스나 전력으로 중유 일부를 대체하기로 했다”며 “가스나 전력은 러시아가 공급하고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은 그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태도를 바꾸게 된 데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북한의 자금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에 BDA은행에 묶인 북한의 자금 2400만 달러 중 1100만 달러를 푸는 게 가능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힐 차관보가 독일 베를린에서 김계관 부상을 만나 BDA은행의 북한 자금 문제를 협의한 뒤 한국과 일본 정부 측에 ‘가능한 한 빨리 마카오 당국에 1100만 달러가 동결 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넘길 것’이라고 전달했다.

배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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