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 전문대항군 대대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강원 인제·홍천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에서 북한군 역할을 하는 전문대항군 대대 소속 전차와 부대원들이 아군 훈련부대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육군
강원 인제·홍천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에서 북한군 역할을 하는 전문대항군 대대 소속 전차와 부대원들이 아군 훈련부대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육군
강원 인제·홍천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에서 북한군 역할을 하는 전문대항군의 한 병사가 모의 RPG-7 대전차무기로 훈련부대의 전차를 공격하고 있다. 인제·홍천=황유성 국방전문기자
강원 인제·홍천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에서 북한군 역할을 하는 전문대항군의 한 병사가 모의 RPG-7 대전차무기로 훈련부대의 전차를 공격하고 있다. 인제·홍천=황유성 국방전문기자
#D일

08:00: “전 부대 공격대형 전개하라. 각 중대정찰조, 대대습격조, 땅끄(탱크)사냥꾼조는 훈련부대 후방으로 침투해 하달된 임무를 완수하라.”(대항군 대대장, 공격 개시 명령)

12:10∼19:30: 대항군 정찰조 습격조, 훈련부대의 전초 매복조

와 포병관측조 기습 사살.

20:28: “방표(傍標·좌표) 1지역에 훈련부대 전초 발견, 포병 사격 바람.”(대항군 3중대 정찰조, 훈련부대의 포병관측장교

포함해 10명 살상. 훈련부대 전투력 91% 대항군 대대 전투력 95% 유지)

#D+1일

본대 공격 및 습격조 운용

06:08: 대항군 공격 개시.

09:13∼11:37: 대항군, 훈련부대의 81mm 및 4.2인치 박격포 진지 파괴.

12:00: “적 방어진지에 포사격 바람.”(대항군 대대장, 상급부대에 요청. 훈련부대 7중대 2소대장 등 8명 사상)

13:14: 대항군 2중대, 훈련부대 6중대 방어진지 돌파. 습격조, 6중대 지휘소 습격(6중대 2소대장 포함해 20명 사상).

14:25: 훈련부대 철수, 후방에 새 방어진지(훈련부대 전투력 53%, 대항군 전투력 73% 유지)

20:28∼21:00: 대항군 1, 2중대 방어진지 돌파. 훈련부대 방어능력 상실로 훈련 종료(훈련부대 전투력 37%, 대항군 대대 전투력 64% 유지)

○ 23개 정예대대 맞아 전승 ‘적보다 무서운 적’

만일 북한군이 한국군과 싸워 전승을 거둔다면 한국군은 과연 어떤 심정일까. 국민은 그런 군대에 생명과 재산을 맡기고 싶을까.

강원 인제·홍천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KCTC·Korea Combat Training Center)에선 이 같은 일이 상시적으로 벌어진다. 북한군 복장에 북한군 전술을 갖춘 전문대항군 대대가 한국군과의 훈련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에 투입된 한국군은 쓰라린 패배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실전에서는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도록 전투력을 갈고닦는다. 이 훈련장에서 북한군 역할을 맡은 전문대항군과 한국군 간의 모의 전투상황을 지켜봤다. 지난해 12월 훈련부대로 입소한 육군의 한 보병 대대를 전문대항군 대대가 단 이틀 만에 격파했다.

전문대항군 대대는 KCTC에 대대급 전투훈련 체계가 갖춰진 2005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훈련 차 입소한 23개 대대(지난해 18개 대대)와 싸워 전승을 거뒀다. 상대로는 일반 보병대대뿐만 아니라 특전사와 해병대도 포함돼 있다. 올해도 3월부터 18개 대대와 싸울 예정이다.

2주 일정으로 입소하는 훈련부대는 대항군과 첫째 주에 주야간 공격(2박 3일), 둘째 주에 주야간 방어(2박 3일) 훈련을 치른 뒤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2박 3일을 버티지 못하고 이틀째쯤 돼서 패배하고 만다.

내용은 더욱 놀랍다. 각 사단은 부대 명예를 생각해 700∼800명의 증강된 정예 대대를 들여보낸다. 전투에서 공격 병력은 방어보다 3배 많아야 한다는 것이 군사 상식. 그러나 대항군은 불과 550명으로 이들을 격파한다. 방어 때는 불과 320명만 동원할 뿐이다.

KCTC의 전문대항군 대대는 육군 교육사령부 직할부대(11대대)다. ‘전갈부대’라는 별칭을 가진 이 부대의 구호는 ‘적보다 무서운 적’ ‘적보다 지독한 적’. 보충대나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선발된 우수 병사들로 구성된 부대원들은 훈련부대를 철저히 유린한다. 북한군 대신 ‘스파링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이다.

○ “교범대로 전투 안해 적의 전술에 당하기 일쑤”

그렇다면 대항군 대대가 센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지형의 유리함과 반복적인 전투 경험. 안방처럼 익숙한 지형에서 싸우는 대항군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하지만 훈련부대도 입소 3∼6개월 전에 훈련지역을 여러 차례 정찰하기 때문에 지형 탓만 하기는 어렵다.

KCTC의 송경섭(대위) 중대장은 “좋은 요리책을 갖고 있다고 해서 요리를 잘하는 게 아니다”라며 “적의 전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교범으로 알면서도 실제 전투에서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둘째는 대리임무 수행체계. 신희권(계획운영장교) 소령은 “북한군은 계급별로 차상위급 전술을 익혀 지휘관 유고시 하급 지휘관이 전투를 계속 지휘할 수 있지만 한국군은 그런 훈련이 돼 있지 않아 한 곳에서 몰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포, 무반동총, 전차 등 공용화기의 운용 능력. 이장근(중령) 대대장은 “대대장이 할 일은 원거리에서부터 화력으로 적 세력을 약화시켜 본격 전투에 앞서 적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대항군은 포병화력으로 150∼200명을 살상하지만 훈련부대는 10분의 1인 10∼15명에 불과할 정도로 포병화력 운용이 미숙하다는 것. 또 화력전투를 수행하려면 ‘보는 눈’이 있어야 하나 한국군이 중대장과 함께 다니는 포병 관측장교에 의존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군은 전방에 정찰 나선 병사들이 화력 지원 요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독도법을 익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대장은 “대항군이 왜 이기는지 알아야 한국군이 진정으로 강해진다”고 말했다.

인제·홍천=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KCTC

서바이벌 게임처럼 총 포 전차 등에서 쏘는 레이저빔을 맞으면 사망, 부상, 장비 파괴 등 피해 정도가 중앙컴퓨터에 표시되는 마일즈(MILES·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라는 교전장비를 이용해 전쟁 상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과학화훈련장. 2005년 강원 인제·홍천 지역 3577만 평에 대대급 훈련장이 만들어졌다. 2014년까지 여단급 훈련장으로 확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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