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개헌저지선 확보못했다면 지금쯤 어찌됐을까 아찔”

황금돼지에 손모은 한나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박진 서울시당 위원장, 대선주자들이 11일 한나라당 서울시당 개소식에서 황금돼지를 잡고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강 대표, 박 위원장, 김형오 원내대표,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종승 기자

11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관련 기자간담회에 대해 여야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개헌 추진의 당위성과 순수성이 확인됐다며 야당의 논의 동참을 촉구했지만 야당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 측은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에 또다시 개헌 논의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측도 “특별히 논평할 게 없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 측은 “4년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한국인 포럼’ 창립 학술대회 특강에서 “기습적으로 개헌을 제안하는 노 대통령을 보면서 만약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나라가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도박에 다걸기(올인)하는 대통령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야당과) 주고받기를 할 문제가 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노 대통령은 개헌에 집착하지 말고 남은 임기 동안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 데 정열을 바치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국정의 책임성과 국가경쟁력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는 긍정적인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개헌을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은 소모적이며 조용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전 의장 측은 “개헌은 국가의 장래와 국익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같은 정치적 시나리오에 대한 의혹을 차단하고, 당적 정리 문제도 야당의 주장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만큼 야당은 개헌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대통령은 구구절절 골목대장 코흘리개처럼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며 “대선 국면 전환을 위한 편 가르기와 판 흔들기, 정국 주도권 확보가 개헌론의 진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노 대통령이 개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찾아볼 수 없어 극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일장훈시, 고집불통, 야당자극, 논쟁유발 16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