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靑오찬서 “나는 나쁜 대통령이 아니다”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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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요인-헌법기관장과 오찬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3부 요인 및 헌법기관장과 오찬을 함께하고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용훈 대법원장,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한명숙 국무총리, 임채정 국회의장. 석동률 기자
3부요인-헌법기관장과 오찬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3부 요인 및 헌법기관장과 오찬을 함께하고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용훈 대법원장,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한명숙 국무총리, 임채정 국회의장. 석동률 기자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다. 이번 개헌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차기 대통령을 위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3부 요인 및 헌법기관장 초청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비난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며 “(노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다”고 몰아붙였다.

노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에 대해 반박하면서 ‘나쁜 대통령’ 공방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개헌안 추진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해 마련한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도 노 대통령은 ‘나쁜 대통령’에 대해 길게 설명했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도 가세했다. 조용휴 대통령여론조사비서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우리 역사에 정말 ‘나쁜 개헌, 나쁜 대통령’이 있었다”며 “박 전 대표에게 묻는다. 발췌 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을 추진한 이승만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인가. 3선 개헌안을 날치기 통과하고 유신헌법을 제정한 박정희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인가”라고 물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자신이 주장하면 괜찮고 노 대통령이 주장하면 나쁜 것이냐”며 “3선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했거나 장기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제정한 사람이 사실상 나쁜 사람”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측근들은 “대통령 본연의 일이나 잘하라”고 반격했다.

박 전 대표의 이정현 공보특보는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뒤로 팽개치고 민생조차 돌보지 않으면서 다음 정권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대통령은 민생을 챙기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도 “현직 대통령은 현행 헌법상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임기 연장과 같은 개헌을 추진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마치 자기의 기득권을 버리는 것인 양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와대 오찬엔 임채정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한명숙 총리가 참석했다. 해외 체류 중인 주선회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불참했다.

이 대법원장과 고 선관위원장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개헌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다음은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한 주요 발언 내용.

▽노 대통령=임기 중에 할 일을 안 했다는 심적 부담과 책무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이번 개헌 제안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대통령 대신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공약이라고 하면 지난번에도 다 했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공약대로 되느냐. 여러 가지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인데.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공약으로 적절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지금 차기 대권주자가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다면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거나 국회의원 임기를 1년 늘려야만 선거 주기가 같아지는 것 아니냐.

▽임채정 의장=시기적으로 본다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개헌에 대해선 널리 공감대가 확산돼 있으니까.

▽한명숙 총리=개혁 과제는 적기(適期)에 하지 않으면 효험이 없다. 개헌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여론조사 결과나 여론을 보니 4년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시기 문제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설득이 필요할 것 같다.

▽고현철 선관위원장=국민투표법을 살펴보니 의외로 문제가 많아서 투표 관리에 어려움이 많더라. 예를 들면 운동 방법이 극히 제한되어 있고 교섭단체가 구성된 정당만 운동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또 투표 연령 문제와 관련해 공직선거법은 19세로 낮춰졌는데 국민투표법은 20세로 되어 있다. (연임제 개헌안에 대해) 시중의 여론상 공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시기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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