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개헌제안' 정국 파란

  • 입력 2007년 1월 9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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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9일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전격적으로 `개헌론'을 제기할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선정국에 파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제안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자는 것으로 지난 87년 개헌 이후 20년만에 권력구조 개편이 본격 추진된다는 점에서 헌정 질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선을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된 노 대통령의 `개헌 승부수'는 범여권의 신당논의나 한나라당 `빅3'의 대선 경쟁 이슈를 한꺼번에 집어 삼키는 메가톤급 충격파로 작용하면서 정국은 개헌 찬.반으로 전선이 급속히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이 개헌론 제기에 이어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정치적 제안을 잇따라 내놓을 가능성이 커 대선정국에서 노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한층 제고되면서 한나라당과 범여권내 반노(反盧) 세력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개헌론은 다음 정권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제 개헌이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개헌안의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훨씬 넘는 127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나라당내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진영간의 경선 경쟁이 과열되면서 당 분열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어 당내 또 주자진영간 논의 여하에 따라 전격적인 개헌논의수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0분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를 제안하면서 추후 이 같은 방향으로의 개헌 발의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천명할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오늘 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개헌 논의 필요성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제안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담화는 현행 대통령 단임제에 대한 원 포인트 개헌 필요성이 핵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제안할 개헌 방향의 요지는 현행 헌법 70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개정,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하되 현직대통령이 한 차례에 한해 연속해서 대통령직을 더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4년 연임대통령제' 제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중임제는 연임제를 포괄하는 용어로, 연임제는 1회에 한해서 임기를 연이어서 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중임제는 차차기에 다시 출마해 당선될 경우 대통령직을 한번 더 할 수도 있다는 내용까지도 담고 있다"며 "오늘 대통령의 제안은 대통령직을 1회에 한해서 연이어서 할 수 있는 '4년 연임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상 '개헌은 국회나 대통령이 개정안을 발의하여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되며,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대통령 선거 주기와 총선 주기를 맞추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현 시점이 개헌의 적기"라면서 환영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고, 민주노동당은 "깜짝쇼하듯 제안하는 방식에는 유감이지만,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개헌 논의 제안은 국민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개헌과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차기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도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정략적 의도가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개헌시기와 개헌 방향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고 차기 정권에서 개헌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담화발표 두시간전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은 오늘 담화에서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개헌과 관련한 논의를 국회와 국민에게 제안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양당 관계자가 전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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