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해외탈출 부추기나”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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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사실상 수도권 공장 증설 불허 방침을 밝히자 재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본보 5일자 A1·3면 참조

재계 관계자들은 돈과 사람의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개방경제’ 시대에 지역 균형을 내세운 수도권 규제가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만 부추겨 온 점을 들면서 “사실상 국내에서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산업자원부 등 일부 경제 부처가 수도권 공장 신증설에 긍정적 견해를 밝혀오다가 대통령의 뒤집기 발언이 나오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도 깊어 가고 있다.

○ 하이닉스 공장 물 건너 가나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가 이미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도 허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일부에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문제를 들어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지 않는다고 지적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대기업 수도권 신증설 문제라기보다 수도권 상수원 규제의 문제로,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다음 주 중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문제를 최종 점검한 뒤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다른 지역을 선택하도록 한 뒤 투자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까지 총 13조5000억 원을 투자해 이천공장을 증설하려던 하이닉스는 일단 정부의 결정을 기다려 본 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이닉스의 한 임원은 “아직 결론이 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내부적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이천공장 증설이 어려워지더라도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4개 기업 정부에 승인 요청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5일 경기 안성시 안성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장은 못 짓게 하고 임대주택만 많이 지어 놓으면 뭐하느냐”며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도 늘리겠다는데 왜 안 도와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하이닉스, KCC, 동양매직,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 등 4개 기업이 총 13조9600억 원 규모의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계획을 경기도에 제출해 정부의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말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여러 연구 사례를 볼 때 까다로운 공장 규제로 수도권 기업 10곳 중 4곳가량이 향후 10년 내에 해외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종남 조사2본부장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생을 위해 수도권 공장 증설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선별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정책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계획
기업공장 신증설 계획투자 금액고용 효과
하이닉스경기 이천공장 25만 m² 증설13조5000억 원6000여 명
KCC경기 여주공장 5만 m² 증설2500억 원1500여 명
동양매직수도권에 16만 m² 규모의 공장 신설1200억 원500여 명
페어차일드
코리아반도체
경기 부천공장 6000m² 증설900억 원400여 명
자료: 경기도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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