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말 많다고? 말 없었으면 어떻게 대통령 됐겠나"

  • 입력 2007년 1월 2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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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브리핑은 2일 “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뉴스를 봤더니 저더러 말이 많다고 하는데, 선거할 때 말 못하게 했으면 대통령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수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이라며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된 그날부터 입을 딱 다물어 버리느냐. 말이 안 되는 애기”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제왕은 말이 필요 없고 권력과 위엄이 필요하지만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 가운데 말하지 않는 지도자가 어디 있느냐. 말 못하는 지도자는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화가 안 되더라도, 타협이 안 되더라도, 말귀는 서로 통해야 되는데 요즘 말귀가 서로 안 통하는 것이 너무 많다”며 “제왕론에 근거한 조언들이 많아서 참 괴로울 때가 많다. 소통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말을 잘해서 성공했고,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도 말의 달인, 말의 천재”라며 “물론 말만 잘한 건 아니다.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사고력과 철학의 세계가 있으니까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토니 블레어 총리도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국회의사당에 나와서 야당 지도자와 토론했다. 치고받고 반박하고 비꼬는 말도 하지 않았느냐. 그 속에서 정치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날더러 말을 줄이라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니며 환경이 이렇다 보니 부득이 온몸으로 소통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향후 과제 등 우리사회 민주주의 전반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이와 같이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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