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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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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3명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을 아우르는 ‘범여권’ 통합신당 추진의 핵심 당사자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론에 대해 작심하고 공격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즉각적으로 나왔다.
현재 통합신당론자 중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고 전 총리에 대해 노 대통령은 ‘보수층을 껴안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해 달라는 의미에서 총리에 임명했는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해 실패했다’는 취지로 평가 절하했다. 고 전 총리가 내세우는 ‘통합의 리더십’이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노골적인 비판을 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과 김 의장에 대해서는 “포용차원에서 장관에 기용했는데도 욕만 바가지로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이들이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자신과 경쟁하는 등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껴안으려 노력했으나 이들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대통령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을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통합신당을 추진하며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다.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에 반대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여느 때와 달리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다음 수순을 예의주시하는 시각이 많다.
사실 고 전 총리나 정 전 의장, 김 의장을 각각 총리와 통일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한 사람은 바로 노 대통령이다. 자신이 임명했던 사람을 대놓고 비난하는 것은 대통령의 처지에서는 어찌 보면 ‘누워서 침 뱉기’일 수도 있다.
이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특정인, 특정세력은 반대하겠다는 결의의 표시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임기 중도 포기’ 시사 발언을 한 바 있음을 들어 고 전 총리 등으로 대표되는 통합신당 추진 세력에 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이들 3명에 대한 비판 외에도 정치적 대립 혹은 고립을 자초하는 듯한 내용이 더 있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4억50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를 하도록 한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며 “남북관계에 있어 초법적인 통치행위가 성립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는 국민이 보편적으로 수용해 줄 때만 인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대북 송금은 통치행위로 볼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북 송금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통치행위였다’며 정당화에 집착해 왔다.
민주당을 포함해 김 전 대통령 주변의 정치세력은 대부분 통합신당 추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 점에서 대북 송금 발언 또한 통합신당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을 언급하면서 ‘원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반발과 대립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정국은 이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안개 상황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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