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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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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7시 친노(친노무현 대통령) 단체인 ‘참여포럼’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연 2002년 대선 승리 4주년 기념 강연장.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 국민참여1219 상임고문은 ‘가시밭길 멀고 험해도 역사는 간다’는 제목의 시를 낭송했다.
주최 측이 회원들에게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가 있다”며 미리 문자메시지를 보낼 만큼 야심 차게 준비했다는 이 시는 ‘노 대통령은 선(善)이고,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 등은 악(惡)’이라는 식의 내용으로 점철됐다. 그는 어제까지 동지였으되, 최근 들어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에 대해서도 “만성무력증후군 환자인 열린우리당은 어쩌면 그렇게 뻔뻔스러운가”라고 조롱을 퍼부었다.
이기명 씨뿐 아니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영화배우 명계남 씨,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안희정 씨 등 노 대통령 당선의 주역인 이들은 이날 행사장에 들어설 때부터 웃음과 당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를 맡은 명 씨는 안 씨를 “오늘의 장동건”이라며 치켜세웠고 강 씨에게는 “경제적인 식견을 듣고 싶으니 한 번 자리를 모시겠다”고 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당선 4주년 기념 현수막조차 걸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추락한 현실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바깥세상’의 그런 민심을 이날 행사장에 나온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특히 친노 핵심인사들에게서 반성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노무현 시대를 사수하자’는 취지로 50분에 걸쳐 열띤 강연을 한 안희정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을 살았다. 안 씨는 “당시 억울한 심정이었다”고 말했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은 임기 초기부터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 행사 시작 1시간 뒤 나타난 김대업 씨는 이들 친노 그룹의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번 회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병풍 의혹설을 폭로해 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지만 명예훼손, 무고, 수사관 사칭 등의 혐의로 실형을 받아 ‘허위 폭로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이날 행사 소식을 전해들은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20일 “비리와 좌충우돌 스타일로 대통령의 지지도를 4년 만에 10%로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들이 반성 한 마디 없는 것을 보고 암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선거자금을 받고 허위 폭로를 해서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이들이 1년 남은 대통령의 권력 끝에 붙어 마지막까지 나라를 시끄럽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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