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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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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 논의 지금은 부적절
―중도실용주의 세력의 통합을 위한 ‘원탁회의’를 만들겠다고 얘기했는데 연내에 구성되나.
“어느 한 정당 중심의 신당이 아니고 중도실용개혁에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 기존 정당의 벽을 뛰어넘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광장에서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원탁회의 구성은 연내에는 어려울 것 같다. 예산 국회가 끝나는 12월 중순경 정파를 초월하는 대화의 자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각 당이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 신당이 당내 갈등에 휩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새로운 대안 세력의 통합은 정치 일정을 봐도 내년 3, 4월에는 마무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도실용 노선을 표방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親盧) 의원들도 함께할 수 있나.
“어느 계파가 해당된다 안 된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정치인 개개인의 정책 지향이 내가 얘기하는 중도실용개혁과 뜻을 같이한다면 계파와 관계없이 문호는 개방돼 있다.”
“상당히 있다.”
―몇 명쯤 되나.
“많이 있다.”
―최근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
“박 대통령은 산업화를 이끈 리더라고 생각한다. 물론 민주 발전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산업화 초석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새마을운동이 국민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했다. 지금 다시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다. 그래서 그런 향수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때는 관(官) 주도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고 지금은 민(民) 주도의 지식정보 시대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지금 재현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고 이제는 민주주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고민해 봤나.
“김 전 대통령 요청으로 2기 민선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아 4년간 서울시장을 했고 2002년 월드컵을 준비했다. 외환위기도 극복하고…. 앞으로 정치활동 하는 데 그분에게 직접적 도움을 받는다든지 하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그분도 공식적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 중임제 등 개헌에 대해서는….
“권력 구조의 실질적 변경을 가져오는 개헌 문제는 지금 선거를 목전에 두고는 정략적으로 왜곡될 수 있으니 적절치 않다. 다만 20년 주기로 한 번 오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선거가 일치되는 해가 2008년이기 때문에 차제에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 주기를 맞추는 것에 국한하는 개헌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비교할 때 신중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공직에 있을 때는 신중했다. 국민은 정치 실험의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필요할 때 필요한 결단은 반드시 내렸다. 청계천 사업보다 나는 더 큰 사업을 했다. 민선시장 때 2기 지하철 5, 6, 7호선을 동시에 착공해 건설했다. 매일 1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땅 밑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 전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생각은….
“글로벌 경제시대, 지식정보 시대에 과거 개발연대의 토목공사 모델로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까, 10년 안에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토목공사 모델보다는 정보기술(IT), 한류로 연결되는 창조적 문화사업 등을 주축으로 해서 아시아 환태평양의 새로운 프런티어로 진출하는 게 맞지 않나.”
○ 기업규제 획기적으로 타파
“기업 규제와 경제 규제를 획기적으로 타파하겠다. 총리로 일할 때 규제개혁기본법을 만들었다. 그건 1단계고 이제 2단계로 질적인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창업 규제 순위가 105위다. 창업하려면 5000만 원이 필요하다. 창업, 고용, 부동산 규제, 투자자 보호, 세금제도 이 다섯 가지가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뒤떨어지는 분야다. 이런 것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벤치마킹할 국가를 정해 분야별로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대응을 해 나갈 것이다.”
―최근 출차총액제한제와 상속·증여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졸업 기준을 오래전에 정했는데 졸업기준에 해당하니 기준을 또 올린 것이다. 폐기한 뒤 부작용이 나오면 사후에 대응 조치를 강구하면 된다. 상속·증여세 문제는 깊이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들의 편법 상속 같은 문제는 한국 사회도 이제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최근 부동산 값 폭등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다.
“대학을 졸업한 직장을 가진 일반 사무직이 자기 능력만으로 소규모의 자기 집을 가지려면 22년 걸린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문직은 13년이고…. 부동산 정책도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인데,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은 규제에 의한 수요 억제 정책에 몰입하고 공급 정책은 소홀했다는 점이다. 또 500조 원이 넘는 부동 자금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앞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의 공급이 탄력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분양가를 내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 그 일례로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은 공유지 부족, 국가 재정부담 등을 생각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실험적으로 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해결책으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불합리한 농지법과 국토계획법의 규제를 풀어 민간업자들이 탄력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
―연금 문제가 주요 현안의 하나다.
“국민연금은 덜 내고 더 받기 때문에 2047년이 되면 연금 자원이 고갈된다. 후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더 내고 덜 받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또 이게 보험이라 사각지대가 반드시 나온다. 소득이 있어야 보험료를 내니까. 그러한 사각지대에 대한 기초연금제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기초연금제도 도입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우리의 재정능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단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 지금은 성장이 필요한 때
“현 정부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 개혁이나 규제 개혁 등은 소홀히 하고 이념 대결로 인한 정치 불안을 초래해 경제 환경을 악화시킨 것이 가장 큰 실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당 내 실용파와 개혁파의 노선 투쟁이 여권 분열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실용과 개혁을 대립시킨 것에 문제가 있다. 개혁은 실용을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실용을 떠난 개혁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나. 그런 개혁은 이념적인 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사 정리 같은 이념 성향의 개혁이 뭐가 급한가. 이념적 개혁보다는 일자리 만들기 등과 같은 경제를 위한 규제 개혁을 먼저 했어야 했다.”
―성장과 분배 논란에 대한 생각은….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용의 철학에 시중(時重)이라고 있다. 지금은 뭐냐. 성장을 해야 한다. 분배를 위해서라도 성장해야 한다.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다. 양극화 극복에 성공한 나라들을 보면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고성장이다. 그리고 하나는 교육 고용 복지 3각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양극화 극복의 큰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공공 기관 개혁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공사 공단을 포함해서 공공기관의 기능과 구조, 조직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말하자면 관 주도의 경제 시스템으로 민간에 지시하고 통제하고 소위 계획하고 하던 그런 조직들을 전부 폐지해야 한다. 지식정보 시대로 바뀌면서 관 주도에서 민 주도의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에 정부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총리 시절 청와대에 있는 386 참모들과 일해 본 느낌은 어땠나.
“내가 총리로 일할 때 총리공관에서 일주일에 2번씩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했다. 이광재 당시 국정상황실장도 배석을 했다. 그때만 해도 괜찮았다. 근데 학습기간이 길지 않았는데 나중에 학습이 끝난 걸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코드를 강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코드는 좋아하지 않고 주파수를 좋아한다. 주파수는 공개적인 것 아닌가.”
○ 친미와 반미를 넘어 용미(用美)로 가야
―북한 핵실험 후 이른바 ‘가을 햇볕정책론’을 말했는데….
“햇볕정책이 남북 관계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다만 북한 핵실험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핵은 대화와 제재를 배합하는 대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핵실험이라는 변화가 생긴 만큼 햇볕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게 ‘가을 햇볕정책’이다. 가을에는 햇볕도 있지만 서리도 내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간의 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이다.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 관계는 공식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해외주둔미군재배치검토(GPR)에 의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 협의라든지 용산기지 이전이라든지, 주한 미 대사관 신축 용지 문제 등 공식적 현안은 잘 해결됐다. 공식적인 관계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실질적인 관계가 훼손됐다는 것이 걱정이 된다.”
―한미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한미 동맹은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우리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반도국가로서 안전과 국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에 영토적 욕심이 없는 미국과의 동맹을 토대로 하는 용미(用美) 선린 정책을 써야 한다. 친미 반미 얘기하는데 나는 용미다. 통일 과정에서도 우호세력으로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용미를 해야 하고 그게 실용이다. 중-일 간의 패권 경쟁에서 균형추로서 한미 동맹, 주한미군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솔솔 나오는데….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면 정상회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상회담이 국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든지 정상회담 자체가 국내 선거로 영향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뷰 패널
김차수 정치부장
권순활 경제부장
최영묵 사회부장
허문명 교육생활부 차장
정리=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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