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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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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 자리에서 BDA은행의 북한 계좌가 돈 세탁과 위조 달러 유통, 무기 거래 등에 사용됐다는 미 재무부의 금융조사 결과를 북한 측에 제시하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미국의 조사 결과 중 대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각각 양자협의를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18일 기조연설 때 핵군축 회담을 제의하는 등 강경한 자세였던 데 비해 19일엔 약간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BDA 워킹그룹은 북한의 카드=북한은 이날 북-미 워킹그룹을 가동하기 직전 미국의 북-미 양자협의 개최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국은 17, 18일 연이어 북한 측에 양자협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핵심 채널인 북-미 양자협의를 미국의 금융제재로 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계좌 문제와 연계시키겠다는 의사를 강조하는 제스처다.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과 워킹그룹 논의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BDA은행 북한 계좌에 대한 미국의 조사 결과를 쉽게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 나중에 물러서더라도 6자회담 본회의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경수로 제공 등의 경제 지원을 좀 더 얻어낼 때까지 워킹그룹 논의를 대응 카드로 쓰면서 팽팽하게 끌고 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북한 요구 수위 낮추나=북한은 이날 북-미 양자협의에서 비핵화 논의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폐 등 다양한 사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6자회담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한 핵심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북-미 양자협의 등을 통해 대북 금융제재 해제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폐, 에너지 지원 등 비핵화 논의를 위한 선결조건 해결을 그대로 주장했지만 일부 요구사항은 언급하지 않았고 표현도 완화했다.
북한이 이날 핵 동결, 핵 프로그램 신고 등 비핵화 각 단계에 상응하는 에너지 지원 등에 구체적인 관심을 표명함에 따라 회담 참가국 사이에서는 북한이 요구한 선결조건의 수위를 낮추려는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날 BDA 워킹그룹 논의를 ‘적진(敵陣)’인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한 것도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신호라는 분석도 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오전 “워킹그룹 논의가 댜오위타이에서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 측에 미국대사관에서 워킹그룹 논의를 하자고 제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6자회담 장소인 댜오위타이에서 BDA 워킹그룹 논의가 진행될 경우 북한이 BDA를 통해 불법 행위를 한 것을 입증하는 미국 재무부의 조사 결과가 다른 회담 참가국들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차라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미국대사관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회담의 일정과 관련해 의장국인 중국은 21일 오전에 회의를 마치는 것으로 잡고 있으나 상황에 따른 변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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