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북핵 청문회 “PSI 불참 한국정부, 할 일 더 있다”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2시 57분


■ 美하원 북핵 청문회

올해 말로 회기 종료를 앞둔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15일 북한 핵 문제를 점검하는 마지막 청문회를 열었다.

정계 은퇴를 앞둔 헨리 하이드(82·공화)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대북(對北) 압박에 동참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차기 의회에서 국제관계위원장을 맡을 톰 랜토스(78·민주) 의원은 북한을 ‘용납 못할(unacceptable) 정권’으로 묘사했다.

2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는 최근 동아시아를 순방했던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정무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이드 위원장의 한국 걱정=척추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하이드 위원장은 준비한 모두(冒頭) 발언을 천천히 읽어 내려 갔다. 그는 “동맹국인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보도를 봤지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9월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의회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대북제재를 포함한 단호한 조치를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면담일은 정상회담 당일인 9월 14일.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7월 5일)는 했지만 핵실험(10월 9일)은 하지 않았던 때였다.

이어 하이드 위원장은 “그 행사에는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 (차기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동석했다. 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a man of his word)인 만큼 미 의회에 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한국이 PSI에 불참한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섬나라가 아니라 반도국가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운반선을 검색하려면 한국 중국 러시아 3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해상검색은 전쟁행위’라고 천명한 상황에서 PSI 가동에 위험이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은 잿더미에서 일어선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외교 주체가 됐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하이드 위원장의 고별 당부=하이드 위원장은 아시아정책 입안자들에게 동아시아 역사문제를 거론하면서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북한 선박 검색 과정에서 일본이 도를 넘어 개입하면 한국 국민 사이에서 큰 경고음(alarm)이 나올 수 있다”며 “동아시아 역사의 미묘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성사시킨 중국의 역할에 사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베이징(北京) 당국은 늘 기교를 부리며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해 왔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은 중국에 전적으로 외주(outsourcing)를 주는 방식이 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의 미국인들은 평화로운 낮잠에서 깨어나 동아시아처럼 역동적인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정치적으로 개혁되지 않은 중국이 판을 치는 세상을 목격할 수도 있다”고 염려를 표시했다.

▽차기 위원장의 북한 비판=헝가리계 유대인으로 나치수용소를 경험한 랜토스 의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 사치품 수출 제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동안 그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랜토스 의원은 “첫 평양 방문 때 북한의 군 장성들이 최신식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며 “바로 그 시점에 북한 어린이들은 굶주리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남북한 어린이의 평균 신장이 무려 10cm나 차이가 나는 점을 재차 거론하면서 “미시시피 강 서쪽과 동쪽의 키 차이가 그렇게 난다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랜토스 의원은 “지도층의 특권과 주민들의 생존권 박탈이 공존하는 북한의 현실은 인류 역사의 큰 스캔들(scandal)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통탄하면서 “북한 지도자들도 개인적인 고통(personal pain)을 맛봐야 한다”고 말했다.

▽랜토스의 권고=랜토스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협상 부진의 이유가 딕 체니 부통령실과 퇴진이 확정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실의 ‘협상 거부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말 6자회담이 재개되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귀로에 평양에 들러서 미국의 ‘평화 의지’를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힐 차관보에게 전권(authority)을 주라고 촉구했다.

랜토스 의원은 “부시 행정부는 오래전에 정책을 선회했어야 했다”며 “새롭고 대담한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협상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강압책과 고위급 외교를 적절히 조합해야만 희박하나마 존재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속 대화”=번스 차관은 답변을 통해 랜토스 의원의 주문에 화답하듯이 “유엔을 통한 압박은 계속하면서 대화의 문은 열어 놓는 이중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절대 핵보유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북한에 회담 복귀가 목적이 될 수는 없으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북 조치에 대해서는 감사의 뜻을 표시했지만 PSI 불참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할 일이 더 있다”며 공식 참여를 기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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