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1월 17일 02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회담을 열어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30일 이후로 미루기로 하고 송민순 외교통상부, 김장수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날 시작했다.
국회가 돌아가기 시작 했지만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태도는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 때문에 30일 이후 여야의 대치가 재연되고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이 9월 7일, 전임 윤영철 소장이 퇴임해 헌재소장이 공석이 된 것이 9월 15일이다. 벌써 석 달째 계속되는 헌재 소장 공백 사태는 1차적으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실력 저지하겠다는 것이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비교섭단체 야 3당도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여당에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 때문에 여권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장기간 미뤄놓은 것 자체가 전 후보자 외의 대안을 강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전 후보자가 이미 사퇴 의사를 비쳤는데 청와대가 이를 막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청와대 인사문제를 뒷바라지하는 데 이제 지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전 후보자 개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언제까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아야 하느냐”고 했고, 한 비상대책위원은 “이미 망가진 분이 헌재 소장이 된들 뭐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나라당 외의 야당에서도 자진사퇴 주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가장 현실적인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헌재 재판관에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전 후보자를 헌재 소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헌재 재판관에 임명해야 하나 이를 미루고 있는 것.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전 후보자의 헌재 재판관 임명은 국회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며 전 후보자의 문제를 국회로 떠넘긴 듯한 발언을 했다.
결국 공은 정치권의 ‘미아’가 되고 있는 전 후보자에게 넘어간 형국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전효숙’ 이름 빠진 여야 합의문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16일 발표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에서 ‘전효숙’이란 이름 석자가 빠진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양당은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29일까지 계속 협의한다’는 합의문 2항이 문제였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합의문에 ‘전효숙’이라고 명시하지 않은 행간의 뜻을 잘 살펴야 한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고 했다.
주호영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기자들에게 “합의문에 ‘전효숙’이란 이름이 빠져있는 것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앞으로 여당과 협의할 ‘임명동의안’은 전 후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헌재 소장에 임명하기 위한 동의안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은근히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말이었다.
열린우리당이 펄쩍 뛰었다.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헌재 소장 후보자는 전효숙 한 명”이라며 “한마디로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격”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합의 자체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발언이자,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날조”라며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당론은 추호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