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부동산라인 몰락… ‘칼자루’ 재경부로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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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러운 秋건교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의 사퇴 촉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답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곤혹스러운 秋건교
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의 사퇴 촉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답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부동산정책 주무 장관인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경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 정부 부동산정책 결정 라인 및 정책 방향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최근 집값 급등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 권한은 청와대 참모진에서 재정경제부로 옮겨갔다.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재경부가 정책을 총괄하게 됨에 따라 부동산정책의 기조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 부동산정책 주도권 재경부로 넘어가

13일 청와대와 재경부, 건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 등 주요 부동산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대통령경제보좌관 주도로 각 부처 1급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최근 사실상 폐지됐다. 그 대신 새로 구성되는 ‘부동산 관계부처 특별대책반’이 정부 부처 간 종합적인 정책 조율을 맡는다. 특별대책반 반장은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렇게 업무 조정이 이뤄졌다”며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한 데 따른 ‘문책’ 성격이 적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인책론과 관련해 “현재 검토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면서도 “지난주 회의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에게 팀을 구성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해 (정책 총괄을) 부총리가 맡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난해 1월부터 청와대에서 부동산정책의 총괄 업무를 맡아 왔던 정문수 경제보좌관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고 무게중심이 권 부총리가 이끄는 재경부로 옮겨간 셈이다.

○ 청와대 부동산 정책 라인의 몰락

10·29대책(2003년) 8·31대책(2005년) 3·30대책(2006년)으로 이어진 현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서 정책의 큰 그림과 방향은 언제나 청와대가 결정해 각 부처에 ‘하달(下達)’했다.

현 정부 초대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10·29대책을 주도하면서 “토지는 사유(私有)가 돼서는 안 된다”는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철학을 부동산 정책에 접목시켜 보유세 강화 방안을 내놨다.

8·31대책과 3·30대책을 주도한 사람도 역시 대통령정책실장을 맡았던 김병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그는 지난해 7월 “헌법같이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정 보좌관과 함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 강도 높은 세제(稅制)정책을 중심으로 8·31대책을 내놨다.

이 같은 부동산 대책을 현장에서 실행한 사람이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었다. 청와대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던 그는 잇따른 자충수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리를 지켰지만 최근 집값 폭등을 불러온 인천 검단신도시 개발계획 발표 과정에서의 결정적인 실수로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

청와대의 정책 라인은 최근 집값 급등과 함께 빠른 속도로 힘을 잃어 갔다. 급기야 부동산대책을 만들었던 당사자들이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나섰다.

이정우, 김병준 정책실장 시절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깊숙이 간여했던 김수현 대통령사회정책비서관은 1일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정 보좌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에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답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 부동산정책 방향 바뀔까

부동산 관계부처 특별대책반의 반장을 맡은 재경부 박 차관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재경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공급론자’로 꼽힌다.

지난해 8·31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공급을 중시하는 주장을 펴다가 발표 때까지 정책결정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박 차관은 평소 “높아진 국민의 주택 소비성향을 충족시키려면 소형 주택보다 중·대형 주택의 공급을 늘려 모든 계층의 사람이 한 계단씩 더 나은 주거로 옮겨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을 펴 왔다.

재경부가 부동산정책을 총괄하게 되면서 앞으로 공공택지와 아파트 공급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공급 대책을 건교부가 주도하면서 환경부 국방부 등과의 의견조율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청와대가 경제부총리와 재경부에 힘을 실어준 만큼 부처 간 정책조율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적대적인 부동산관(觀)’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권 부총리와 박 차관이 이끄는 재경부가 소신껏 공급확대론을 펴는 데도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추 장관이 경질될 경우 후임 건교부 장관에 어떤 성향의 인사가 기용되느냐도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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