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PSI 참여폭 ‘차단훈련때만 물적 지원’ 가닥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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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요구를 받아들여 PSI에 정식 참여하되, 한반도 주변 수역에선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및 나포 활동은 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정부는 또 PSI 참여 활동 중 역내 및 역외 차단 훈련 시 물적 지원을 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는 미국엔 ‘명분’, 북한엔 ‘실리’를 주겠다는 복안이다. 형식상 미국이 주도하는 PSI에 정식 참여해 대북제재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를 보이되, 실제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PSI에 따른 검색 및 나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남북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며 PSI 참여 확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북한 선박에 대해선 사실상 적용 않겠다’=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주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과 외교안보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 협의를 갖고 PSI 참여 수위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PSI에 정식 참여하되, 한반도 주변 해역을 항해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선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해운합의서는 무기 또는 무기 부품을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이 가는 북한 선박을 정지시킨 뒤 검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남북해운합의서 발효 이후 한국 영해를 지나간 북한 선박 140여 척 중 정선 명령이나 검색을 받은 배는 단 한 척도 없었다.

PSI에 정식 참여하면 영해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등과 관련된 제품이나 부품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직접 검색하거나 나포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북한 선박에 대해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PSI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PSI에 정식 참여하면 공해상에서 국적이 확인되지 않거나 국기를 허위로 게양한 선박과 해적 행위, 노예 매매, 불법 라디오방송을 한 선박에 대해선 검색 및 나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해상에서도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및 나포 활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긍정 반응=지난달 1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PSI에 대한 오해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2년 여 동안의 PSI 활동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통일부, 열린우리당 등이 “남측이 북한 선박을 직접 검색하거나 나포할 경우 남북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며 PSI 반대 논리를 편 데 대한 반박이었다.

그러나 PSI에 정식으로 참여하기만 하면 활동 방식 및 범위를 조절해 영해 내에서 북한 선박을 검색하거나 나포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선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PSI 정식 참여에 따른 활동의 방식 및 수위는 전적으로 PSI 참여국의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른 검색 활동의 범위가 PSI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북한 화물 검색 활동보다 좁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PSI와 안보리 결의는 WMD뿐 아니라 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을 운송하는 선박에 대해서도 화물 검색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해운합의서는 무기 운송 선박에 한해서만 검색을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PSI 정보 공유가 중요=PSI 활동의 핵심은 영해 내 선박을 직접 검색 나포하는 것이다. 다른 활동은 모두 훈련을 참관하거나 훈련 시 물적 지원을 하는 등의 간접적인 행위다.

따라서 영해 내에서 북한 선박을 검색하거나 나포하지 않으면 사실상 PSI에 정식 참여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선박이 방사능 물질을 운송하는지를 30∼40km 밖에서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방사능 물질을 싣고 영해나 영해에 인접한 공해를 운항하는 북한 선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탐지 정보를 미국 등 다른 PSI 참여국에 전달하면 검색이나 나포는 다른 PSI 참여국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PSI 정식 참여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등 PSI 참여국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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