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신의주 벤츠’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2시 53분


핵실험 전 촬영한 압록강 변의 벤츠중국의 한 소식통이 이달 초 압록강 너머 북한 신의주 쪽 사진을 찍다가 포착한 벤츠 승용차. 신의주에선 흔히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9일) 이후 벤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핵실험 전 촬영한 압록강 변의 벤츠
중국의 한 소식통이 이달 초 압록강 너머 북한 신의주 쪽 사진을 찍다가 포착한 벤츠 승용차. 신의주에선 흔히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9일) 이후 벤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북한 신의주의 압록강 변에서 벤츠 승용차가 사라졌다.

9일 핵실험 이후 세계의 눈이 압록강 건너편의 중국 단둥(丹東) 시를 통해 신의주에 집중되면서 눈에 띄는 현상이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최근까지도 신의주 압록강 변에서 벤츠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며 요즘 외신 기자들이 압록강에서 신의주를 향해 셔터를 눌러 대자 벤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벤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북한 집권층의 ‘대표 사치품’ 중 하나. 소식통들은 북한 당국이 이런 점 때문에 세계인의 카메라 앞에 벤츠가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수해와 기근이 재발하면서 세계 각국의 원조가 긴급한 상황이므로, 고위 공직자와 부유층 등 특권층에서나 타고 다니는 벤츠가 외신 카메라에 찍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소식통은 핵실험 직전 신의주 압록강 변에서 촬영된 벤츠 사진을 제공하면서 “벤츠 소유자로 보이는 운전자가 여유롭게 강변을 거닐다 시내 쪽으로 차를 몰고갔다”고 말했다. 촬영된 벤츠의 번호판에는 ‘평양 21…’이라고 적혀 있었다.

단둥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에서 평양 다음으로 신의주에 벤츠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신의주가 중국과의 교역 창구여서 많은 돈을 번 무역 일꾼이나 사업가가 이곳에 몰려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그러나 북한에서 중국으로 여흥을 즐기기 위해 고위 공직자나 부유층이 신의주를 통과하는 것도 이곳에서 벤츠가 많이 눈에 띄는 이유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개발이 더딘 북한에서 유흥시설이 많은 중국까지 놀러 나오는 것이 편할 리는 없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는 반 이상의 구간이 비포장도로여서 자동차로 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단둥에 온 평양 사람들이 곧잘 불편을 토로하곤 한다”고 전했다.

한편 벤츠가 신의주에 자주 출현하는 이유로는 이곳이 ‘중국으로의 밀무역 창구’인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단둥의 한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벤츠에 관세를 물리지 않기 때문에 홍콩에서 남포항으로 수입된 벤츠가 신의주를 통해 중국으로 밀수출된다는 것.

이 소식통은 압록강 상류에서 거룻배를 이용해 주로 밀수출이 이뤄지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은 직접 벤츠를 운전해 압록강 철교를 건너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로 북한에 벤츠 수출이 막히면 중국으로 밀수출되는 벤츠의 행렬이 끊길 것을 우려하는 중국인들도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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