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서교동 사저 연탄화구에선…”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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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명복을 빕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고인의 영정 앞에서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YS “명복을 빕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고인의 영정 앞에서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DJ, 유족 위로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이 22일 오후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의 장남 최윤홍 씨(오른쪽) 등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DJ, 유족 위로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이 22일 오후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의 장남 최윤홍 씨(오른쪽) 등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22일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 및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종일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빈소에 조화를 보낸 데 이어 오후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노 대통령은 “유족과 국민이 최 전 대통령의 일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도록 장례 절차를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장례 기간 중 빈소에는 조문하지 않되 영결식에 참석하기로 했으며, 그 대신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5일장을 원하는 유족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다만 고인은 이미 가장 영예로운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받았으므로 별도의 훈장 추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경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한 뒤 “87세면 더 사실 수도 있었는데 좀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 대통령이던 고인을 두 차례 찾아가 대통령 직선제를 권유했지만 남미와 유럽의 선거제도를 먼저 검토해 보자며 거절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한 시간쯤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빈소를 찾아 “외교계 중진인 고인은 국가에 큰 공헌을 했으며 여러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며 “(내가) 국회의원 시절에 장관이던 고인과 국사(國事)를 의논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오후 5시 10분경 빈소를 찾은 한명숙 국무총리는 “고인은 우리나라 정치사의 격동기에 대통령을 맡아 국민과 함께 잘 헤쳐 나간 분”이라며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고인은 역사의 격동기에 함께 수고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고인은 외교사와 정치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셨으며 지금도 내가 닮고 싶은 사표”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 16분경 빈소를 찾아 “격동의 시대를 살던 고인이 단비 내리는 날 가셨다”고 추모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유신과 12·12사태 등 변화와 굴곡, 역경을 함께한 고인은 ‘말 없음’으로 말씀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도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최 전 대통령을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신군부의 핵심인 전 전 대통령은 선영 성묘 등을 위해 대구 방문 중 소식을 전해 듣고 놀란 표정으로 “안타깝다”고 했으나 이 밖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대구 일정을 취소하고 23일 서울로 와 빈소를 찾을 계획이라고 측근이 전했다.

건강이 나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노 전 대통령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조문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날 빈소를 지킨 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최광수 전 외무장관은 “고인은 외교 일선에서 국익을 위해 동분서주했을 뿐 아니라 총리 시절에는 솔선해서 현장 확인 행정을 실천한 대범하신 큰어른이었다”고 회고했다. 최 전 장관은 이어 “최 전 대통령은 1979년 1차 석유파동 때 장성광업소를 방문해 막장까지 들어가 광원들을 격려한 뒤 ‘막장에서 저렇게 고생하는 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평생 연탄을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최 전 대통령의 이 약속은 지금도 서교동 사저의 연탄 화구에서 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규 송호대 학장은 “평생을 선비처럼 살아오신 강원도의 큰 어른 한 분이 돌아가셨다”며 애통해 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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