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印-파키스탄이 모델”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매스게임 준비하는 北학생들지난 주말 북한 학생들이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10일)에 열릴 대규모 매스게임을 연습하기 위해 줄지어 평양 시내를 걸어가고 있다. 북한은 당 창건기념일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핵실험을 감행했다. 연합뉴스
매스게임 준비하는 北학생들
지난 주말 북한 학생들이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10일)에 열릴 대규모 매스게임을 연습하기 위해 줄지어 평양 시내를 걸어가고 있다. 북한은 당 창건기념일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핵실험을 감행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9일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핵실험 후 자연스럽게 비공식 핵 국가 대접을 받게 됐다’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길을 따라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그 지위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대수준인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이후 “북한이 핵실험 강행→수년간 미국의 제재→9·11테러 이후 풀린 미국의 제재라는 파키스탄 모델을 염두에 둔 듯하다”고 2차례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이런 흐름을 경계해 왔다는 점을 입증한다. ▽인도·파키스탄에서 생긴 일=인도는 1998년 5월 5차례에 걸친 지하 핵실험에 성공했다. 1974년 첫 핵실험 이후 24년간 ‘미국 등 5개 강대국만이 공인된 핵 국가’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반기를 들어온 노력의 결과였다.

오랜 경쟁국 파키스탄은 즉각 맞대응 실험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2주 후, 파키스탄도 5차례의 실험에 성공한다. 인도 때 뒤통수를 맞은 미국이 “파키스탄의 안전을 보장한다”며 만류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두 나라를 비난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미국은 즉각 경제제재를 선포했고 일본 호주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가 동참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불참했다. 제재 규모는 연 200억 달러(추정) 선.

2001년 9·11테러는 상황을 바꿨다. ‘인구 기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테러 이전부터 제재 해제 움직임이 있었고,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제거에 요긴한 파키스탄은 테러 발생 2주 만에 제재가 풀렸다. 2006년 두 나라는 모두 미국의 우방국 지위를 확보했다.

▽맨주먹뿐인 북한=1998년 추진된 국제사회의 인도·파키스탄 규탄은 실패를 예고했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가 필요한 러시아가 미적거렸고, 인도 견제에 파키스탄이 필요한 중국도 꾸물거렸다.

게다가 인도는 비동맹 외교의 지도 국가였고, 파키스탄은 산유국은 아니지만 인구 1억 명이 넘는 이슬람권의 중심 국가라는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더라도 교역의 숨통을 틔울 ‘친구’가 다수 존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한국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폐쇄경제를 유지해 왔다. 다른 소식통은 “동맹국 미국의 대북제재 주문을 거절하기 어려운 한국 정부가 동참하면 중국도 앞장서 북한을 두둔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으로선 앞으로 외교 단절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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