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서 살아남은 생존주들

  • 입력 2006년 10월 9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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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들을 살아남게 했을까.

북한의 핵실험 강행 소식이 전해진 9일 서울 증시는 마치 실험용 핵폭탄이 여의도에 투하된 것처럼 초토화됐다.

거래소 시장에선 878개 종목 가운데 54개가 하한가로 추락하는 등 전체의 93%인 780개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은 피해가 더 심했다. 957개 종목 가운데 97%에 가까운 923개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고 이중 287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의 하락종목수는 증시 역사상 가장 많았다.

하지만 '메카톤급 충격'을 딛고 살아남은 '생존주'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거래소에서 39개, 코스닥시장에서 21개 등 모두 60개 종목의 주가가 오른 것. 이처럼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 종목들의 상승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때를 만난 전쟁관련주들

60개 상승종목 가운데 거래량이 1만 주 이하인 것들을 제외하면 거래소시장에선 10개, 코스닥에선 18개가 올랐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중소형 전쟁관련주들의 약진.

전쟁 관련주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그야말로 때를 만난 듯 반갑다. 핵실험이 막바로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니 투자자들의 투기심리를 당길 만 하다.

군용 무선통신장비 부품업체인 엘씨텍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군용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휴니드도 10.73%나 급등했다.

방산(防産) 관련 전자시스템 및 특수전원공급장치 제조업체인 빅텍은 12.1%, 방독면 제조업체인 해룡실리콘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뉴스전문 TV채널인 YTN도 혜택을 봤다. 직전 거래일보다 250 원(8.93%) 오른 3050 원에 거래를 마쳤다. 북한 핵실험으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 속보 시청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방산주들과 달리 남북 경제협력주들은 일제히 폭락해 대조를 이뤘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며 현대아산의 대주주인 현대상선과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신원은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실적과 글로벌 경쟁력 갖춘 기업들은 맷집 좋아

꿋꿋하게 살아남은 종목 가운데는 자산주들의 분발이 눈에 띈다.

이날 10.78% 상승한 섬유업체 방림과 3.55% 오른 대한화섬은 대표적 자산주들이다.

방림은 외국계 펀드의 지분 매입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큰 폭 상승했다. 케이먼군도에 소재한 코어베스트 뉴 프론티어 파트너스 펀드가 방림 주식 22만9390주(5.42%)를 장내 매입했다고 4일 공시한바 있다.

인수합병(M&A) 관련주이기도 한 대한화섬도 이날 5000 원(3.55%) 오른 14만6000 원에 마감됐다.

3분기(7~9월)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도 포탄을 피했다.

4.46% 오른 호남석유화학은 석유화학제품 가격 강세와 수직 계열화 등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회사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98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937억 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쌍용자동차는 이날 1조3000억 원의 러시아 수출 계약 발표가 나와 소폭(2.64%) 상승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실적이 뚜렷이 개선되는 종목과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선호도가 극히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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