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효숙 헌재소장 인준안' 막판 줄다리기

  • 입력 2006년 9월 19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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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이 예정된 19일 본회의에 앞서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임명동의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에 표결 참여를 요구하는 한편 한나라당의 불참에 대비해 소야 3당과의 공조 방안을 찾는데도 부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고, 전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법 절차에 따른 임명동의안 처리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한나라당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소장 궐위사태는 국회에서 야기됐고, 이 같은 사태를 극복할 권한과 책임도 국회가 갖고 있다"며 "오늘 본회의에서 반드시 임명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일현 수석원내부대표는 "전 후보자의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가 토론하자"며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출석을 거듭 요청했다.

당 지도부는 임명동의안 표결에 대비해 소속 의원 141명 가운데 해외순방 중인 한명숙 국무총리를 제외한 140명에 대해 반드시 본회의에 참석할 것을 지시했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국회 재적의원 297명의 과반인 149명을 채우기 위해서는 11석을 보유한 민주당과 9석을 보유한 민주노동당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들을 본회의에 출석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부심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무소속인 국회의장을 감안할 경우 민노당 의원들만 본회의에 출석한다면 의결정족수는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은 임명동의안 처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면서 지금껏 표결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소야 3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인 3당의 중재노력을 평가하지만, 이제는 중재라는 이름으로 헌재소장의 공백을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국회의 권한과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사실상 범죄"라며 "야3당도 한나라당의 헌법 파괴 행위를 방조하는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임채정 국회의장을 만나 임명동의안의 직권상정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본회의에 전효숙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정되는 것조차 반대한다는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 후보자 지명 절차가 헌법상 원천무효인 만큼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캐스팅 보트'를 쥔 소야(小野) 3당의 내부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전 후보자 지명절차의 위헌성을 여론에 부각시키고 여당의 임명동의안 직권상정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원내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이) 또 다시 직권상정과 일방적 날치기 강행처리를 한다는 것은 절대 안된다"면서 "모든 정치적, 법률적 책임은 날치기 강행처리를 시도한 측에서 져야 하고,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헌법소장 공백이 초래되는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있지만, 후보자로서의 헌법적 결함을 알고도 임명동의안 처리를 기다리는 헌재소장 후보에게도 있다"며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전 후보자가 자리를 탐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당당한 여성이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듯 하다"면서 "수구좌파, 꼴통좌파들이 (동의안 처리를) 단독 강행한다면 헌법 파괴 행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소야 3당과의 원내대표 회동에서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 반대 내지 최소한 표결 불참으로 당론을 정해줄 것을 적극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김형오 원내대표는 오전 임채정 국회의장을 찾아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나라당은 만약 군소 야당 일부가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여할 경우 일단 불참하되 물리적 저지에 나설 지 여부는 추후 의총 등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병석 원내 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은 원천무효, 표결 불참의 선을 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원내외에서의 모든 (동의안 처리) 저지 방법을 다 상정해 두고 있다"며 실력 저지 가능성도 시사했다.

반면 소장파의 리더격인 남경필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 '고운기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소야 3당

공조를 통해 '캐스팅 보트'를 확보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도 본회의를 앞두고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인사청문건 법사위 회부, 청와대와 국회의장 사과를 조건으로 전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중재안이 여당에서만 수용되자 소야 3당의 공조체제는 균열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야4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이 재차 무산될 경우 소야 3당은 '각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야4당 원내대표 회담이 결렬되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본회의 표결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반면 민노당은 의총을 열어 표결 참석 여부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당론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 전 후보자에 대한 법사위 청문회 결여라는 절차적 하자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데 방점을 둔 데 반해, 민노당은 임명동의안의 이날 본회의 상정이 소야 3당이 내건 '국민적 약속'이었다는 점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노당도 열린우리당이 임명동의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데다, 여당과의 단독공조라는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아 표결 불참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소야 3당의 공조를 끝내도 법사위 청문이라는 법적 절차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본회의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위헌 절차를 밟는데 들러리 설 생각은 없다는 게 대부분 소속 의원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민노당 이영순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여당과 민노당만 임명동의안을 표결한다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 부담이 된다"며 "야당간 협상 결렬 이후 대처방안은 추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국회 의장석 점거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19일 오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직권 상정 가능성에 대비해 국회 본회의장 내 의장석 단상을 점거했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김기춘 안상수 주성영 의원 등 10여명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를 결정하고 오후 1시 45분경 본회의장에 들어와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임명동의안 직권 상정은 헌법 파괴행위로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인정할 수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막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 총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상정을 저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반드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한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야4당 원내대표는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오후 2시반 현재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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