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다 잃었다”… 한나라 “또 갈렸다”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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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앞줄 왼쪽부터) 등 지도부가 진지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앞줄 왼쪽부터) 등 지도부가 진지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전재희 정책위의장(앞줄 오른쪽부터)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이틀째 열린 참정치 운동 및 합동 워크숍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전재희 정책위의장(앞줄 오른쪽부터)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이틀째 열린 참정치 운동 및 합동 워크숍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 “다 잃었다”

與 “모든 지역-계층-세대서 외면… 불임정당” 한숨

“든든한 전라도도 여의치 않게 됐고,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있지만 경상도 민심은 요지부동이고, 행정중심복합도시니 뭐니 했지만 충청도마저 돌아앉았다. 우리 편인 줄 알았던 30, 40대는 물론 20대도 한나라당이 더 좋다고 한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김한길 원내대표는 당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이렇게 털어놨다.

김 원내대표뿐 아니라 김근태 의장, 김원기 상임고문 등 당 지도부는 각종 선거 참패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지적한 뒤 “우리는 지역과 계층, 세대를 모두 잃었다”며 자성론을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과 대통령의 지지도는 바닥이고, 보수신문은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공격을 하고, 사람들은 우리를 ‘불임 정당’이라고 조롱한다”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했다 하면 지고, 한나라당의 결재가 있어야 겨우 법안 몇 개 통과시키고, 지도부는 시도 때도 없이 교체돼 비상체제가 상시체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 대 실용’, ‘난닝구 대 빽바지’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당정 분리라면서 당과 정이 따로 놀고, 여기저기서 긴장 풀고 있다가 ‘바다이야기’가 판치게 만들었다”고 탄식했다.

김 의장은 인사말에서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모든 의혹과 부정, 비리에 대해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이런 냉엄한 반성론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토론에서는 당의 정책기조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임종인 의원은 “우리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다. 부동산 정책이나 출자총액제한제 등 당의 근본 정책을 변화시킬 때는 반드시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최근 당 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친기업’ 정책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조경태 의원도 비공개 토론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정말 비상한 각오로 당을 이끌고 있는가”라며 “재벌을 위한 뉴딜이 아니라 서민 중산층을 위한 뉴딜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종길 의원은 “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에 관해서 당이 좀 더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방향에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한나라 “또 갈렸다”

한나라 지도부-비주류, 작전권-‘바다’놓고 충돌

한나라당 지도부와 비주류 소장파 의원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바다이야기’ 파문 등 정국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강재섭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끼리 자해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전시작전권 문제를 놓고 좀 튀어보겠다는 식의 행동은 안 좋다”며 “바다이야기로 동료의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공격해선 안 된다”고 단합을 역설했다.

이는 전시작전권 논의 중단 방침에 이견을 보인 이명규 남경필 의원 등과 바다이야기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된 동료 의원을 자체 감찰하자고 했던 홍준표 의원을 지목한 것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의원들 각자의 다른 생각을 한나라당이라는 용광로를 통해 하나로 만들 때 진정한 힘이 된다”며 “국민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따갑게 주시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토론회에서 박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는 공개서한을 보내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진화 의원은 “전시작전권 논의 중단 결의안을 미리 정해 놓고 충분한 토의 없이 채택했다”며 반발했다.

남 의원도 “안이한 자세로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전시작전권 문제가 대선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인 만큼 대선전략 차원의 연구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구식 의원은 “잘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가차 없이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박형준 의원은 바다이야기에 대해 아무 부끄럼이 없다고 한다. 사실 확인 없이 공격받은 동료를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며 강 대표를 거들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바다이야기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의원들이 있는데 개인이 나서서 변명하기보다 당 윤리위가 조사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히면 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이어 기자들에게 “지도부가 그간 미흡한 점이 많았으니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해야지 ‘자해’ 발언은 대표답지 못하다”고 강 대표를 비난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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