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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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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 대통령은 북한의 과거를 용서하자고 하면서도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과거사를 청산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무조건적 용서’를 말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인류 보편적 가치’ 적용의 제외?=노 대통령은 2005년 8·15 경축사에서는 국내 친일반민족 행위의 과거 청산에 적용해야 할 원칙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피해당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여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자면 먼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과, 배상 또는 보상, 그리고 명예 회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한다”며 “그것이 전 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올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이 저지른 전쟁과 납치 등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관용과 화해의 손을 내미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넓은 마음’과 ‘긴 시야’로 용서하자고 주장했다.
▽조건 없는 관용의 덫=노 대통령은 2004년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설명이 어렵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많은 부분이 있다”며 “그럼에도 결국 한민족으로서 보듬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상임위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노 대통령은 “북한과의 과거를 기억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도 많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리의 감정적인 기분을 맞출 일도 아니고 자존심을 세울 일도 아니다”며 관용을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만 ‘인류 보편의 방식’을 회피하는 것은 ‘한국적 예외주의’를 강조하게 돼 결과적으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해 현 정부가 보이고 있는 태도가 대표적인 예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어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그 어떤 가치라도 포기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것”이라며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무시한 선택이 국익에 미칠 악영향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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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北수해 지원 대체 얼마나…▼
정부를 가장 고심케 하는 대목은 적정한 쌀 지원량. 북한이 이번 수해로 입은 식량 피해에 준해 지원량을 결정하면 될 것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사망자 549명, 행방불명자 295명, 부상자 3043명이라고 수해 규모를 밝혔다. 그러나 대북 민간단체들은 행방불명자가 1만여 명에 이재민이 130만∼150만 명으로 발표할 정도로 피해 산정 편차가 크다.
대북 쌀 지원의 창구 역할을 할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0만 t의 쌀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가 결정을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쌀 카드’가 북한에 대한 긴급구호의 성격을 띠면서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빙 기능도 해 줘야 한다는 이중의 목적을 갖기 때문이다.
명색이 ‘긴급구호’인데 수십만 t을 보낸다면 ‘대북 퍼주기’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10만 t 이하를 보내면 북한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남북관계 복원의 유인책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대북 식량지원용 쌀의 가격은 t당 40만 원 정도로 10만 t을 지원할 경우 400억 원 정도가 든다. 통일부는 18일 국회에서 열리는 남북평화통일 특별위원회에서 대북 수해 지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주 중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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