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에 ‘맞짱 화법’ 지도?…盧대통령 “적극반격 필요”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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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국회에서의 답변 요령을 ‘지도’했다.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추궁당할 경우 “그러면 북한 목 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라는 식으로 적극 반격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당부였다.

국회의원 시절 노 대통령은 ‘국회 우위’의 입장에서 정부 측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되면서 국회관도 바뀐 듯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노 대통령은 초선 의원 시절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1989년 5공 청문회에서 송곳 같은 질문으로 TV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증인으로 나온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의원 명패를 집어던진 일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과 함께 ‘노동위 3총사’로 호흡을 맞췄으며 언론 등에서 “이해찬 의원이 면도날처럼 예리하게 문제를 째고 들어가면 노무현 의원이 송곳으로 정확하게 후벼 팠고 이상수 의원이 망치로 허물어뜨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했을 때도 국회에서만큼은 의원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장관들에게 “정중하되 당당하게 답변하고, 때때로 기지 있는 반문 같은 것을 잘 활용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장인의 인민군 부역 논란이 불거졌을 때 “대통령 되겠다고 아내를 버리면 용서하겠느냐”고 되묻는 것으로 상황을 돌파했던 사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논리로 설명하기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화법 중 하나이지만 정부의 정책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에게 권할 바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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