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앞뒤가 안맞는다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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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무원칙한 대북 대화를 추진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남북장관급회담은 예정대로 열고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접촉은 연기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틀 전인 3일 장성급 군사회담 연락장교 간 접촉을 제의해 왔다”며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청와대 통일부와 논의를 거쳐 6일 오후 북측에 접촉 연기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통일부는 이날 “11∼14일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은 그대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미 북한과 회담 대표단 명단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정부 여당 내에서조차 “미사일 발사 문제 등 국방 관련 사안을 논의해야 할 군사회담 실무접촉은 연기하고, 주로 대북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장관급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미 대북 쌀 차관 제공 및 비료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굳이 장관급회담을 열어 이를 통보하고 미사일 발사 문제에 항의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쌀 50만 t의 차관 제공을 요청했다.

게다가 미사일 발사 문제로 국제적인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한강 하구 공동 개발이나 함경남도 단천 지역의 특구 개발 등 대북 투자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칫 미국 일본 등 우방과의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부 관계자는 “미사일을 쏜 상황에서도 장관급회담에 참가한다고 했는데, 만약 북한이 5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던 것처럼 장관급회담 참가를 갑자기 취소하면 한국 정부는 전 세계의 놀림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장관급회담이 개최되면 이에 반발하는 남측 여론 때문에 남남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 일부 부처는 이런 우려를 감안해 5,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와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장관급회담 개최 재검토 의견을 개진했으나 통일부의 반대에 부닥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7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해 장관급회담 개최를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정부 일각에선 “이 장관이 오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연락장교 간 접촉은 별다른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국방부 장관이 평상시 같으면 (접촉 연기 사실을) 발표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사일 발사 상황과 관련해 오해를 살 것 같아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윤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5일 발사한 대포동2호 미사일과 다른 대포동2호 미사일 1기를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로 이동시킨 첩보가 입수됐다”면서 “그러나 아직 대포동2호 미사일 조립이 이뤄진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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