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권경쟁 ‘親朴-親李 대리전’ 양상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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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내빈 소개가 이어지는 동안 참석 당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7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내빈 소개가 이어지는 동안 참석 당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북한 미사일 발사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는 ‘그들만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7·11전당대회 경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대권주자군에 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측근들이 각자 대선후보 경선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는 특정 당권후보들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강재섭, 이재오 후보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친박(親朴)’ 의원들은 최근 몇 차례 회동을 통해 강 후보를 적극 밀기로 했다. 한 참석자는 7일 “이 전 시장 측이 가까운 이재오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고 있어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새 당대표는 개혁성과 야성(野性)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며 이재오 후보 지지 사인을 보냈고, 이 전 시장 측의 박창달 전 의원은 아예 발 벗고 나서 이 후보를 돕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은 “대리전 구도로 몰고 가기 위한 핑계다. 이 전 시장은 엄정중립이다”고 반박했다. 이재오 후보 측 관계자도 “오히려 박 전 대표 측근들이 여러 명의 당 지도부를 장악하기 위해 복수의 당권후보들을 조종해 이재오 후보를 집단 몰매하는 식으로 공격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들이 당대표 경선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임기 2년의 당대표가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낙점’할 권한은 물론 2008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있어 원내외 당원협의회장(옛 지구당 운영위원장) 및 대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당권 후보들 간의 막판 인신공격과 색깔론도 도를 넘고 있다.

이규택 후보는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사건 관련자를 보수 한나라당의 대표로 뽑아서는 안 된다”며 이재오 후보에게 “정체성을 밝히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편 이날 중도보수 시민단체인 ‘선진화 국민회의’(사무총장 서경석) 주최 세미나에서 이각범 한국정보통신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필요한데도 당권 경쟁이 전력 시비와 색깔론으로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도 커질 것이다”고 비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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