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총리 대책실 설치 3시간 지나서야 첫 회의

  • 입력 200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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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 처음부터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신중함’을 강조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근거 없는 안도감을 제공하는 바람에 북한의 기습 효과만 키워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미사일 발사 직후 초동 대응이 늦어 국가위기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의구심도 자아내고 있다.

▽발사 후 늑장 대응=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 미사일 상황을 보고한 것은 이날 오전 5시. 그러나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오전 4시 이전에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긴급경보 발령을 내린 것은 미사일 발사 후 불과 20분 지난 오전 3시 52분. 동시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에게도 보고됐다. 일본 총리 관저에 대책실이 마련된 시점도 오전 4시다. 4시 30분부터 아베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 장관 등 요인들이 속속 관저에 도착해 정보분석 회의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과 사태의 성격과 수준에 따라 보고의 완급이 정해져 있다”며 “대통령 보고는 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의 초점이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여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대포동2호 미사일이 오전 5시에 발사된 뒤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 소식을 처음 보도한 것은 일본의 공영방송 NHK. NHK는 오전 4시 40분경 긴급 자막뉴스로 방위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후의 한국 대응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아베 장관은 이날 오전 6시 17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책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미국에선 국가안보회의(NSC) 대책회의가 열렸다. 반면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오전 7시 반에야 열렸다.

일본은 오전 7시 27분경 총리 주재로 안전보장회의를 시작했다. 이후 8시 20분 아베 장관이, 9시 30분에는 아소 외상이, 10시에는 누카가 장관이 각각 기자회견을 하고 부처별 대응방안과 확보된 정보를 전했다.

한국 정부의 성명은 오전 10시 10분에 발표됐다. 이것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이었다.

그러나 미국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오전 7시에 브리핑을 했고,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전화 기자회견도 오전 7시 반에 있었다.

11시 35분 일본 총리 관저에서 열린 관계자회의에서는 북한 만경봉호에 대해 6개월 동안 입항을 금지한다는 결정이 즉각 내려졌다. 일본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대포동2호 발사 움직임을 보이던 5월부터 물샐틈없이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또 미국과 공동으로 조기 경계태세를 갖춰 24시간 감시체제로 운영하는 공조 체제를 취해 왔다. 방위청은 ‘노동’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 준비를 보여 주는 전파 교신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대응책은 이날 저녁에야 나왔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은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에 대해 “정치적 외교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북한의 정치적 의도를 무력화하는 방법” “북한을 압박하고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실효성도 의문” “구체적 대북조치는 국민들의 선택적 사고의 여지를 지켜보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방향만 내놨다.

▽발사 전 부적절한 대응=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이 ‘핵 운반수단’임에도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북한이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옛 대포동) 미사일 발사시험장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설령 북한이 발사하려던 게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우주발사체(SLV·Space Launch Vehicle)로 확인됐더라도 정부는 이를 미사일로 간주하고 강경한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박선원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26일 “미국 측도 상황을 냉정하게 관리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신중함만을 강조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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