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깜빡이 켜고 직진 중”…김근태 “우향우 아니다”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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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왼쪽)이 13일 취임 축하 인사차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를 찾아온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왼쪽)이 13일 취임 축하 인사차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를 찾아온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부동산과 세제 등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수정할지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노선 갈등이 불거졌다.

김근태 의장이 취임 첫날부터 ‘서민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임시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부동산정책의 손질을 요구하자 당내의 일부 개혁파가 발끈하고 나섰다.

재야 출신인 이목희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과 세금 정책을 재검토하자는 것은 어리석음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실용파라고 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대로, 주장하는 대로 당론이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의 측근 재야파 출신으로서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부겸 이호웅 의원이 전날 부동산 및 세제 정책의 수정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이 의원의 발언은 비대위에 참여한 개혁파들이 실용주의 노선에 기우는 데 대한 비판으로, 열린우리당 내의 개혁파들이 주류와 비주류로 분화할 조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의원은 김 의장에 대해 “기득권층이 자꾸 ‘당신들 왼쪽에 있어’라고 하니까 진짜 왼쪽에 있는 줄 알고 오른쪽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말해 김 의장 등 주류 개혁파의 노선 수정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최규성 의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등 곳곳에서 대립전선이 형성되는 형국이다.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일부 의원이 대북 송전사업비의 삭감을 주장해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이 유보된 데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이화영 의원은 “‘대북 퍼주기’를 얘기하는 것은 신보수를 표방하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새로운 노선’을 밀고 나간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는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집권 여당이 맡은 일을 못하면 국민이 고통을 받는다”며 “서민경제의 고단함을 반드시 극복해야 중산층과 서민의 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민생우선’을 거듭 강조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일부에서 김 의장이 과거의 생각과 철학을 버리고 ‘우향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은 비상 깜빡이를 켜고 직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장의 의지는 이날 취임 축하 인사차 찾아온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김 의장은 “지방선거를 통해 의원들이 서민경제가 불안하고 중산층과 서민이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피부로 많이 느꼈다”며 “당 입장에서는 원인이 뭐고 어떤 대책과 진단을 가질 수 있는지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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