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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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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임 위원장은 선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5·31지방선거 이후 열흘 동안 ‘민심은 천심’이란 말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국민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겠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의 위기를 수습할 지도부는 구성됐지만 쌓여 있는 난제는 산 넘어 산이다. 특히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갈등은 ‘김근태 호(號)’의 항로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열린우리당이 2003년 11월 창당 이후 비대위 체제를 가동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철저한 계파 안배=비대위의 집행기구 성격인 상임위는 김 위원장 외에 김한길 원내대표와 3선의 문희상 이미경 정동채 의원, 재선의 김부겸 정장선 의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3선의 배기선 이석현 의원, 재선의 유인태 이호웅 이강래 박병석 의원, 초선의 박명광 윤원호 의원 등 8명은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가운데 김 원내대표와 이강래, 정동채, 정장선, 박명광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깝다. ‘김근태 사람’은 이호웅 의원이 유일하다.
당 관계자는 “김근태 체제의 ‘독주’를 막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했지만 한 386 의원은 “김근태라는 섬이 정동영이라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운신의 폭은 제약될 수밖에 없고, 당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 넘어 산=비대위의 첫 과제로 꼽히는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실용파와 강경개혁파의 노선갈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방선거 참패 원인에 대해서도 “좌파로 오인됐기 때문”과 “철저하지 못한 개혁이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당-청관계, 특히 갈수록 당과 불편한 관계로 치닫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도 김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놓고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노골적으로 노 대통령을 몰아붙였던 김 위원장이 중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기에다 부동산 및 세금 정책, 국민연금 개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양극화 해소 등 민감한 정책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치러질 7·26 국회의원 재·보선, 야당의 거센 공세가 예상되는 9월 정기국회 등도 ‘김근태 체제’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독배냐, 보배냐=김 위원장은 1965년 학생운동에 뛰어든 뒤 1995년 민주당에 입당할 때까지 30년간 재야(在野)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운동권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번도 지지율이 5%를 넘은 적이 없다. 여기에는 ‘여의도의 햄릿’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우유부단함과 떨어지는 대중성, 강성투사의 이미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에 가려 ‘만년 2위’의 꼬리표가 붙어 있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셈. “독배를 마시겠다”며 비상시국 수장 직을 수락했던 김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이란 직함이 독배가 될지, 보배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대통령 탈당해야 與새출발 가능”지방선거 토론회서 거론▼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9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과 향후 대책’이란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론이 제기됐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에서 “초당적인 국정 운영과 열린우리당의 향후 행보에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탈당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진정한 새로운 출발은 대통령의 탈당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탈당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참패 원인으로 “무능하고 교만하며 갈등만 일으킨다는 여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적하고 범여권의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제의했다.
또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의 눈에는 여당의 실용·개혁 경쟁이 비생산적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의 과제는 중도개혁 정당의 정체성 재정립에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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