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피습]지씨, 범행 당일 “일치르러 간다”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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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찾은 수사관들 검찰 수사관들이 22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주치의를 만나 부상 정도를 알아본 뒤 돌아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병원 찾은 수사관들 검찰 수사관들이 22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주치의를 만나 부상 정도를 알아본 뒤 돌아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승구 서울 서부지검장)는 박 대표에게 문구용 커터를 휘두른 지충호(50) 씨와 난동을 부린 박종렬(54) 씨의 범행 동기를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 씨는 기행(奇行)을 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이어서 수사관들이 애를 먹고 있다.

▽지 씨, 범행 의사 미리 알려=지 씨는 범행 전 인천 남구 학익동에 사는 친구 정모 씨 집을 나서며 “일을 치르러 간다”고 말했다.

지 씨가 지난해 8월 가출소하기 전까지 청송감호소에서 같이 지낸 한 재소자는 “지 씨가 ‘밖에 나가 엄청난 사고를 하나 치겠다’고 말했다”며 “특히 박근혜 대표가 TV에 나오면 ‘독재자의 딸’이라며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사전에 계획된 범행”=합수부는 21일 지 씨와 박 씨의 주거지를 수색해 메모지와 컴퓨터 등을 압수하고 범행 동기로 추정할 만한 내용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지 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억울하게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20일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자신의 신발을 벗어 냄새를 맡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 지 씨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시로 담배를 피우고 수사관들에게 항의하며, 심지어 이승구 본부장에게도 “왜 반말을 하느냐”고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부 관계자는 “지 씨는 보호감호 중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 씨 범행에 대해 합수부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한 범죄”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가 범행에 앞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유세 일정을 확인하고 범행 3시간 전에 범행 도구로 쓸 문구용 커터를 산 점 등은 그가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음을 뒷받침한다.

지 씨는 지난해 10월 4일 산 휴대전화를 올 4월 6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 휴대전화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지 씨는 현재 전화요금 15만3500원을 미납하고 있다.

▽범행동기 확인에 수사력 집중=합수부는 지 씨가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아 법원에 낸 탄원서를 확보했다. 합수부는 이 탄원서가 범행 동기를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씨는 경찰과 합수부 조사에서 줄곧 “한나라당이 싫어 범행했다”고 진술하면서도 왜 싫은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합수부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인 지 씨가 경찰로 연행될 당시 지갑에 10여만 원의 현금을 갖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절도 등의 추가 범행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부는 또 지 씨나 박 씨의 범행에 배후세력이 있다면 이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했을 것으로 보고 이들 계좌의 거래 명세를 추적 중이다.

지 씨가 경찰에서는 “유세 일정을 전화로 알아봤다”고 말했으나 합수부에서는 “오세훈 후보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알아봤다”고 얘기하는 등 말을 바꾸고 있는 이유도 합수부가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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