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몽골발언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도 ‘다른 소리’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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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몽골에서 한 ‘조건 없는 대북지원’ 발언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연일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12일 이 발언에 대해 “미국과 선긋기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정인(文正仁) 국제안보대사는 이날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이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는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목표”라며 “(이 목표를 이루는 데) 미국이 일정한 한계가 있으니까 우리가 한번 해보겠다고 적극적으로 말한 것이므로 미국과 선긋기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동안 북핵이 해결돼야만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논지는 아니었다”며 “거듭 말했듯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하겠다’고 했고 북측도 긍정적으로 답했는데 다만 북측이 날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몽골에서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과 사전에 합의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해 한미 간에 사전협의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도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다 들어줬는데 이렇게 나올 수 있나”=문 대사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사는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전략적 유연성,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 이렇게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압박조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사는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에 대해 “미국에 의존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우리가 해보겠다는 것으로 북한을 때려서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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