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학생회의 사전 공개 자료 “美, 건국에 타격”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1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대학생대표자회의’에서 남측 단체를 대표하는 ‘6·15대학생운동본부’는 이 회의를 ‘우리 민족 전체의 통일운동사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들이 남한 대학생 전체를 대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측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방북 승인도 논란거리다.

▽남북 공동결의문과 토론 발제문=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2006남북대학생대표자회의’ 홈페이지에는 남북 공동결의문 초안과 토론 발제문, 개·폐막 연설문이 올려져 있다.

내용은 크게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 아래 자주통일을 이루자’는 것과 ‘반통일 세력을 제거하자’는 부분으로 나뉜다.

북측은 개막연설문에서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을 실천하는 길에 민족의 통일과 평화, 남북 대학생들의 희망찬 내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설문에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용어가 8번이나 등장한다.

또 북측은 토론 제2주제 ‘평화’ 발제문에서 “외세의 합동군사연습을 무조건 중지해야 한다”고 했고 남측은 토론 제3주제 ‘민족대단합’의 발제문에서 “대학생들이 민족 화해의 장애물들을 힘으로 없애버리면 통일은 바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숭실대 법학과 강경근(姜京根) 교수는 이에 “남측 대학생이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개념 대신 북측이 주장하는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헌법을 도외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태효(金泰孝) 교수는 “북한 정권의 선전공세를 답습한 이번 방북자를 한국 대학생의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며 “북한이 핵무장과 한반도 군사위협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무조건 반전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6·15대학생운동본부 측은 1일 1, 2차 교양자료를 대표자회의의 남측 참석자에게 꼭 읽어야 할 문건이라며 배포했다.

1차 교양자료에는 남북대표자회의의 의미와 6·15공동선언의 의미 및 해설이 담겨 있다. 2차 교양자료는 광복 이후 분단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으로 정리했다.

교양자료는 “소련군은 인민위원회와 우리 민족의 건국 사업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지만 미군정은 인민위원회를 부정하였고 일본의 통치기구를 그대로 미군에 인계해 우리 민족 스스로의 건국 사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논란과 고민=통일부는 남측 대표단의 방북과 이번 회의의 공동결의문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통일부는 운동본부의 방북을 하루 남겨둔 8일 오후 357명에 대해 방북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방북 불허가 예상되는 4명이 신청을 자진 철회한 점을 고려하면 신청자 거의 전원의 방북을 승인한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총련 등 이적 단체의 소속원이라도 다른 단체 소속으로 이적단체 활동과 무관한 방북 활동을 벌일 경우 이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라며 “그러나 방북 신청자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법처리 절차 대상이나 수배 및 출국금지 조치 대상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일부도 남북공동결의문 초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초안의 ‘반통일 호전 세력’ 등의 문구를 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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