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 핵포기 영향력 행사를” 부시 촉구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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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나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북한에 자국의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직전 백악관 남쪽 로즈가든에서 열린 야외 환영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이 기존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올바른 전략을 내릴 때만 6자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답사에서 “국제적인 핵 비확산 체제 유지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와 이란 핵문제에 관해 외교적 협상을 통해 미국과 협력할 태세가 돼 있다”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부시“환율은 시장이 결정해야”…후진타오“서서히 개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백악관 회담은 처음이었다.

두 정상은 이에 앞서 오전 9시 반(미국 동부 표준시간) 백악관 남쪽 로즈가든에서 예포 21발이 울리는 가운데 군 의장대 사열 등 환영행사를 마쳤다. 이어 집무실과 각료 회의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찬도 함께했다.

이번 회담은 사전 조율 단계에서부터 의제 선정, 방문 형식을 놓고 양국간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결국 중국은 ‘국빈방문’으로, 미국은 ‘방문’으로 제각각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로즈가든에서 행한 환영 연설에서 “중국은 이해당사자(stakeholder)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부상(浮上)은 반대하지 않지만, 책임감을 갖고 북한 핵, 이란 핵, 민주주의 확산, 경제개방 등에 나서 달라는 부시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정책 노선의 핵심을 재차 강조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환영 연설 때부터 미국의 일방적 무역적자 해소,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논란을 빚어온 위안(元)-달러 환율문제를 집중 거론함으로써 본회담 분위기가 팽팽할 것임을 짐작케 해주었다. 부시 대통령은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제도, 미국기업에도 중국기업과 동일한 자유가 주어지는 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의 미국산 영화 및 DVD 음반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문제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민주주의 확대 문제에 대해 “양국 간 차이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고 거론했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 국민이 집회 언론 종교의 자유를 갖게 되면 더 번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회담 당시 중국 교회를 방문해 던진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중국 언론은 당시 부시 대통령의 교회 방문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일방적으로 현 상태를 바꾸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답사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비확산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전 세계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 인권 문제에 관해 직접 언급하는 대신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는 식으로 논점을 피해버린 것이다.

후 주석은 이어 미국의 우려를 의식한 듯 “환율제도를 서서히 개선하고, 지적재산권 제도도 개혁하겠다”고 화답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후진타오 연설중 파룬궁 시위대 난입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기 위해 20일 오전 백악관 잔디밭에서 마련한 공식 환영행사 도중 한 여성이 뛰어들어 반(反)중국 구호를 외치다 끌려 나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검은색 복장의 이 50대 여성은 후 주석이 답사에 나서자 연단 맞은편의 카메라 기자석으로 뛰어들어 중국어로 “파룬궁(法輪功)은 좋다” 등의 구호를 약 5분간 계속 외쳤다. 후 주석의 옆에 있던 부시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으나 후 주석은 흔들림 없이 연설을 계속했다.

환영식을 생중계하던 CNN 등 미국 방송들은 이 여성을 메인 화면으로 잡고 후 주석의 연설장면을 보다 작은 사이드 화면으로 내보냈다. CNN 통역사는 이 여성의 중국어 항의가 중국 내 인권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시점이어서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여성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백악관까지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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