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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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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치나 절대 기준치는 없고, 작년에 비해 늘었거나 줄었다는 말입니다.”
20일 환경부가 지난해 골프장 농약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와 환경부 담당자가 주고받은 문답이다.
환경부는 매년 농약을 많이 사용한 골프장 1∼5위, 적게 사용한 골프장 1∼5위를 공개한다. 잔디와 토양의 잔류농약이 많은 골프장 5곳도 실명으로 발표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작 이들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이 이용자들이나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 정도면 안전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아 오염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연인원 1776만 명으로 프로야구(338만 명), 프로축구(281만 명) 입장객을 합친 것보다 3배 가까이나 되는 골프장 이용객은 늘 찜찜할 수밖에 없다.
이번 환경부 발표로 해당 골프장은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골프장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허용기준치가 없다는 것은 사용한도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농약을 얼마든지 더 사용해도 정부가 제재할 길이 없다. 이런 식의 발표가 갖는 한계다.
‘창피주기식’ 발표는 환경 분야의 단골메뉴이기는 하지만 다른 부처에서도 가끔 사용한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송어 향어 양식장이 ‘말라카이트그린’이란 약품을 사용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때도 말라카이트그린이 발암물질인지 아닌지, 인체 유해성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허용기준치도 없었다. 해양부는 무책임한 발표라며 국감에서, 청와대에서 호된 추궁을 당했지만 송어 향어 양식업자들이 이미 날벼락을 맞고 난 뒤였다.
정부 정책은 법을 통해서 한다. 제재를 가할 일이 있으면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이를 어길 경우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처벌하지도 못할 것을 인력과 예산을 들여 조사하고 발표만 하는 ‘창피주기식’ 행정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김광현 사회부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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