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헌금 수사 의뢰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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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처벌 의뢰… 정당 사상 초유의 일
金-朴의원 “아내가 받아… 돌려주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12일 5선 중진인 김덕룡(金德龍·서울 서초을) 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범(朴成範·서울 중구) 의원이 각각 서울 서초구와 중구 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수억 원의 돈을 받았다는 제보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허태열(許泰烈)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공천 비리의혹을 제보 받고 당이 자체 감찰작업을 벌여 왔으나 진위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당(公黨)이 소속 의원들의 공천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정당 사상 초유의 일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사실상의 사법처리 의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해당 의원들의 위법 혐의가 확인되면 출당과 제명 등의 강경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발표 직후 정동영(鄭東泳) 의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비리조사를 촉구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 문제가 5·31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늦게 긴급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어 두 의원의 공천 비리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으며, 13일 오전 중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허 총장은 “김 의원의 경우 부인이 서초구청장 출마 희망자인 한모 씨의 부인 전모 씨에게서 2월과 3월 수차례에 걸쳐 4억4000만 원을 받았다”며 “김 의원 본인은 이를 모르고 있다가 4월 5일 공천결정에서 탈락한 한 씨의 항의를 받고 알게 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아내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했으나 돈을 준 사람이 오지 않아 돌려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는 것.

허 총장은 또 “박 의원의 경우 부인이 최근 작고한 성낙합(成樂合) 전 중구청장 부인의 인척인 장모 씨에게서 케이크 상자를 받았으나 뜯어보니 돈이어서 돌려주라고 했고 돌려준 줄 알았다고 한다”며 “그러나 장 씨는 돌려받지 않았다고 하는 등 주장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장 씨는 1월 박 의원 부부와 식사를 함께한 뒤 케이크 상자에 21만 달러(약 2억 원)를 넣어 박 의원 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당과 정치권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당적과 의원직 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거취를 조속히 밝히겠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당에 음모를 꾸미는 세력이 있다”고 반발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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