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사실상 사의]45세때 늦바람…“안하곤 못살아”

  • 입력 2006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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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총리와 골프

《수차례 ‘부적절한 골프’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를 즐겼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끝내 골프 때문에 낙마할 지경에 처했다. 이 총리의 ‘물불 안 가리는’ 골프 역사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직전인 1997년부터 시작됐다. 》

재야 운동권 출신인 이 총리는 3선 의원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골프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측근이자 동교동계 ‘특무상사’로 불리던 이훈평(李訓平) 전 의원의 권유에 의해서다. 45세 늦깎이로 골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총리는 당시 출신 고교(서울 용산고) 동문 등으로부터 골프를 배우라는 권유를 받고 있던 터. 한 친구는 골프채를 주기도 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이 전 의원은 곧바로 이 총리를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골프연습장으로 데리고 가 등록시켰다.

DJ도 대선을 앞두고 “나는 골프는 안 하지만 퍼블릭 골프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공약하는 등 골프에 대해 ‘유화론’을 꺼냈다. 골프를 즐기는, 이른바 기득권 보수층을 껴안기 위한 대선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 총리 측은 “DJ가 직접 골프를 배우라고 했다”고 전했다.

두 달여 맹훈련을 거친 뒤 이 총리는 이 전 의원과 함께 1997년 뉴서울CC에서 처음 라운드를 하게 된다.

이 총리는 DJ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한동안 골프를 멀리했으나 당에 복귀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필드를 찾았다. 이 총리는 당시 “장관 때는 골프를 잘 못했는데 당에 오니까 골프를 맘대로 즐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권 전 최고위원 등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과 자주 어울리며 골프장을 다녔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나가 많게는 한 주에 3, 4번 라운드했고 이때 실력이 부쩍 늘었다. 국회나 당에 현안이 있을 경우는 업무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서울 근교 A 골프장 등 국회에서 가까운 골프장으로 직행하는 일도 꽤 있었다고 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80타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홀인원 경험도 있다고 한다. 총리가 되기 전에는 평균타수가 80대 중반이었지만 최근엔 90타 전후라고 한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00야드 안팎으로 장타는 아니나 쇼트게임과 퍼트를 잘한다. ‘깐깐하게’ 룰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총리가 되기 전에는 내기 골프를 좋아했으나 공직자들과의 ‘공식’ 라운드 때는 내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01년 11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이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제안으로 함께 라운드를 했는데 평소 90대 후반이던 노 대통령이 그날따라 89타를 기록해 이 총리에게서 ‘약간의 돈’을 딴 일이 있다.

이 총리는 후에 몇몇 자리에서 이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노 대통령에게 ‘대권 도전에 나서니까 승부욕이 굉장히 강해진 것 같다’고 조크를 건넸더니 노 대통령이 무척 좋아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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