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탈당언급, 2월說… 6월說… 정치권 또 어수선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던진 탈당 관련 발언을 두고 청와대 측은 12일 지난해 대연정 제안 때의 ‘과거형’이라고 거듭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노 대통령 발언 내용을 꼼꼼히 뜯어 보면 꼭 과거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2년여 남은 임기 동안의 혼돈 정국을 예견하면서 이미 긴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듯한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노 대통령 탈당, 의외로 빨라질 수도=노 대통령의 탈당은 의외로 일찍 다가올 수도 있다. 일단은 2·18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전후한 상황을 눈여겨봐야 한다.

여당 지지도가 회복되지 못하고 지방선거 필패론이 확산되면 당내에서는 필연적으로 민주당 등 다른 정치세력과의 선거 공조나 통합론이 터져 나올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반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당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남에서) 손해를 볼 것 같아 탈당한다는 의원이 있는 모양인데 차라리 내가 나갈 수도 있다”고 못 박은 적도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재결합 조건으로 노 대통령 탈당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2월 말 취임 3주년을 계기로 미래 구상을 발표하면서 노 대통령이 먼저 탈당 카드를 던질 수도 있다. 미래 구상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을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여권 내에서 흘러나왔다.

▽지방선거 참패 시 탈당 가능성 높아=현 상황에선 5월 지방선거 이후가 노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 그 패인을 둘러싸고 당-청(黨-靑) 간 논란이 격화되면서 ‘대통령 책임론’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당 쪽에서는 생존 차원에서 ‘정치판 새로 짜기’ 시도가 활발해질 것이다. ‘헤쳐 모여’ 식 정계 개편 추진은 필연적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당-청 간 인식 차로 탈당 가능성은 상존=노 대통령은 만찬회동에서 당-청 갈등을 고부(姑婦) 갈등에 빗대 “고부간 갈등이 있으면 서로 떨어져 있어야 상처를 덜 주는 것 아니냐. 당과 청와대가 생각이 서로 다르면 떨어져 있는 것도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

‘당-청 간 인식 차이’는 지난해 6월 대연정 제안 이후 불거졌다가 잠복하기를 반복해 왔다.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패배 직후 당의 대통령 공격으로 불거졌다가 다시 잠복했던 당-청 갈등은 1·2개각을 둘러싸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실제 탈당을 결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여당과의 손을 놓을 경우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실제 탈당하려는 것이 아니라 탈당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당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물론 당 중진의원들은 12일 거의 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재선 의원 모임의 한 명인 한광원(韓光元)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인용한 뒤 “대통령과 당의 신뢰 회복이 안 된다면 결국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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