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중복 건설 9조원 낭비… 예산처, 새는 예산 33건 지적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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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모(56) 씨.

2001년부터 정부가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지원한 논 농업 직불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원금이 모두 땅 주인에게 갔기 때문.

“소작인이 지원금을 받으면 땅 주인이 임차료를 올리기 때문에 항의도 못해요.”

정부 예산이 새는 단적인 사례다.

실태조사를 소홀히 한 탓에 각종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나가는가 하면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중복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28일 기획예산처가 열린우리당 구논회(具論會) 의원에게 제출한 ‘예산낭비 사례 지적 내용 및 조치 결과’에 따르면 올해 3∼7월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184건으로 이 중 33건에서 실제 예산이 잘못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너무 많이 들어서 건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예산으로 건설한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는 전체 건물의 20%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남해고속도로에 있는 비싼 조경용 나무는 빗물이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는 고가도로 밑에 심어진 탓에 모두 말라죽었다. 기획예산처 양충모(梁忠模) 예산낭비대응팀장은 “도공 담당자의 판단 착오로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고속도로와 국도가 같은 지역에 건설된 탓에 총 9조 원 이상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교통량이 적은 곳에 국도를 확장하는 일도 있다.

한양대 이태식(李泰植) 산업경영대학원장은 “공공사업 예산을 연간 단위로 집행하다 보니 사업자가 연말에 예산을 무리하게 집행하고 다시 예산을 신청하는 등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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