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국정원장 도청 공개 엇갈린 평가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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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金昇圭·사진) 국가정보원장이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 감청(도청)을 시인한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일단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검찰 일각에서도 비판론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청 사실 공개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왜 김 원장이 다음 정권에서 사실을 은폐했던 사람으로 계속 언론에 오르내리고 검찰에 불려 다녀야 하느냐”며 “누가 이것을 묻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진실 은폐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김 원장이 DJ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을 드러내는 게 불가피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이 이번 발표로 스포트라이트는 받았지만 기술이 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발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나온 것을 보니 꼭 DJ정부 시절에도 김영삼 정부 시절의 ‘미림팀’ 같은 도청팀이 활동했던 것처럼 돼 있더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설혹 도청이 있었더라도 미림팀의 무차별적인 도청과는 달랐다는 점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엔 김 원장의 발표 이후 DJ정부 초반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문 의장 자신이 도청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대한 불편한 심기도 깔려 있었다.

문 의장은 “국정원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것 같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8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도 문 의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은 많았으나 김 원장의 발표에 대한 당위성을 언급한 발언은 없었다.

한편 검찰 일각에서도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의 도청인데 김 원장의 발표 기술이 부족해 여론이 DJ를 비판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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