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에 계속 연금 지급…눈먼 행정 예산 술술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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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에게 연금 지급, 업무추진비로 유흥업소 출입, 생수 제조업체에 수질개선부담금을 맥주 제조업체의 350배 부과….’

감사원이 1일 공개한 ‘2004 결산검사보고서’에 나오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행정 사례들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년 동안의 감사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각 부처의 잘못된 예산 집행 및 부적절한 사업 사례들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월 국가유공자(전몰군경)의 부인 A 씨가 사망한 뒤에도 A 씨 앞으로 유족연금 1203만 원을 올해 2월까지 계속 지급하는 등 이미 사망한 수급자 3명에게 2471만 원을 잘못 지급했다.

행정자치부는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을 실시하면서 경찰청의 어린이보호구역 지정현황이나 아동 교통사고 발생현황 등 통계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임의로 선정한 지역을 그대로 인정했다.

감사원이 충남도를 표본조사한 결과 사고가 자주 발생한 11개 학교 앞은 사업대상에서 빠져 있었고 최근 3년간 아동 교통사고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어린이보호구역도 아닌 곳이 사업대상에 포함돼 있는 등 15곳이 잘못 지정돼 있었다.

환경부는 먹는 물 관리법 규정에 따라 음료수 제조업자에게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면서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먹는 샘물 제조업자에게는 t당 평균 9178원을 부과한 반면 주류나 청량음료 제조업자에게는 26원을 부과한 것.

이로 인해 강원 홍천군의 모 맥주회사는 지난해 지하수 34만 t을 사용해 맥주 6737억 원어치를 팔았는데도 부담금은 1986만 원만 낸 반면 먹는 샘물을 만드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는 같은 기간 생수 21만 t, 326억 원어치를 팔고 부담금은 22억 원 이상을 냈다.

또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복지부 산하 조직의 일부 직원은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등에서 정부구매카드로 386만 원을 사용하고 업무추진비로 처리한 사실이 감사에서 들통 났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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