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총기난사후 첫 주말…軍부대 면회객 30% 늘어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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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잘 지내지?”26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 있는 56사단의 면회장소에서 한 할머니가 손자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최근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 전국의 각 부대에는 평소보다 많은 면회객이 몰리고 있다. 고양=변영욱  기자
“내 새끼, 잘 지내지?”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 있는 56사단의 면회장소에서 한 할머니가 손자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최근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 전국의 각 부대에는 평소보다 많은 면회객이 몰리고 있다. 고양=변영욱 기자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 이후 군 복무 중인 아들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가족들의 면회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49) 씨는 언론을 통해 끔찍한 사건 현장과 유족들의 비통해하는 모습을 보고 경기 지역 전방부대에서 포병으로 복무 중인 아들이 떠올라 밤잠을 설치다 주말인 25일 면회를 갔다.

이 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남편을 재촉해 만사를 제쳐놓고 아침 일찍 부대로 달려갔다”며 “아들의 구릿빛 얼굴을 본 뒤에야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52·자영업·서울) 씨도 “사건 소식을 접한 뒤 ‘별일 없겠지’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25일 강원 지역 전방부대를 방문해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왔다”고 말했다.

군에 간 자식 걱정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었다. 회사원 양모(49·서울) 씨도 이날 아내와 함께 충남 모 부대에서 복무 중인 장남을 면회했다. 주말에도 일을 하느라 그동안 한 번도 면회를 가지 못했던 양 씨는 사건 이후 “갓 입대한 이등병 아들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아내의 성화를 이길 수 없었다고 한다.

26일 서울 근교 부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는 아들을 면회한 주부 김모(49·서울) 씨는 “아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인격적인 모멸감은 참기 힘들다.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범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이야기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실 요즘 아이들은 나약한 편이지 않느냐. 집안에서 귀여움을 받고 컸기 때문에 군 생활 적응이 힘들기는 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 자주 면회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육군 관계자는 “19일 사건 발생 이후 첫 주말인 25일과 26일 각 부대에는 평소보다 면회 손님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특히 일병 이하의 아들을 둔 부모들은 “힘든 후임병 생활을 값진 경험으로 여기라”며 책이나 음악CD 등 선물을 건네고 격려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는 것.

또 아들의 선임병들과 함께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부족하더라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군 장병들도 구타나 욕설이 사라진 부대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직접 면회 가기 힘든 부모들 중 일부는 부대에 전화를 걸어 아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편 육군은 24일 전방부대 GP에 근무하는 병사의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당 중대장이나 대대장이 직접 안부전화를 하도록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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