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연거푸 물먹고 野 연거푸 자책골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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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의 4·30 재·보선 사조직 동원’을 비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의 4·30 재·보선 사조직 동원’을 비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與, 공공기관이전-판교들러리 役 불만▼

“집권 여당을 바지저고리로 아느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주요 정책 현안 조율에 무력감을 토로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여당은 이렇다 할 정보도 없이 손을 놓고 지켜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 개발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17일 당-정-청(黨-政-靑) 부동산정책 간담회에서 기존 부동산 대책에 대해 당정 간 협의를 통해 재검토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정부와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달아 “판교 개발 등과 관련해 공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당내 경제통 의원들은 발끈했다.

판교 개발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에선 중대형 평형 비율을 10% 정도 늘리는 등 시장친화적인 대책을 선호하는 반면 정부 대책은 공영개발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등 당정 간에 지향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수도권 출신의 한 의원은 23일 “8월 말까지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기로 해놓고서 청와대와 정부가 서둘러 공영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방향을 몰아가고 있다”며 “청와대가 먼저 말하고 당이 뒤따르는 게 관행이라도 된단 말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판교 공영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따져보겠지만 민간 건설업을 위축시키거나 부작용이 크면 교각살우(矯角殺牛·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당 저변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정부의 공공기관별 이전 배치안 발표 일정이 24일로 잡혀 있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23일까지도 세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당내에서 “명색이 여당인데 사전에 귀띔은 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불만 여론이 팽배해지자 오영식(吳泳食) 원내 공보부대표는 “당정은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이전 배치안에 대해선 협의하지 않았다”며 “세부 배치는 정부의 몫”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전여옥 舌禍-술자리 난동-私조직▼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강재섭 원내대표와 사조직 동원 보고서 유출 파문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지난해 박근혜(朴槿惠)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나라당은 4·30 재·보선 압승 이후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바로 이 선거에서 불법적인 사조직을 가동했다는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대외비 보고서가 22일 유출돼 당이 다시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의 ‘대졸 대통령’ 발언과 곽성문(郭成文) 의원의 ‘맥주병 투척 사건’으로 갈등의 불씨가 지펴지던 한나라당에 이 보고서가 기름을 부은 셈.

윤건영(尹建永) 여의도연구소장과 주호영(朱豪英) 최구식(崔球植) 부소장은 23일 보고서 유출에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이 보고서에 사조직 동원 지역으로 기술된 경남 김해갑의 김정권(金正權)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보고서 내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보고서는 ‘재·보선 승인=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이라는 당내 인식마저 뒤흔들어 박 대표 측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고개를 숙인 채 윤 소장의 보고를 받은 뒤 “여의도연구소는 정책 개발에만 치중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 대표의 측근들은 보고서 유출 경위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反) 박 대표 진영에서 보고서를 고의로 흘린 게 아니냐는 것. 한 핵심 측근은 “당내에 15부의 보고서가 배포됐는데 누가 이를 흘렸는지 정황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이 상황에서 무슨 ‘친박’, ‘반박’ 타령이냐”며 혀를 찼다. 개혁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여의도연구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왜 책임을 다른 데서 찾느냐”고 비난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재·보선 이후 계속된 수세국면을 뒤집을 수 있는 호재를 잡았다는 표정.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군사정권 시절의 동원 정치가 되풀이되는 데 배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사조직 등 불법선거진상조사단’을 구성해 24일부터 조사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윈회도 이날 여의도연구소 보고서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불법 선거운동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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