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원 여동생 결혼식 與圈인사 발길 ‘뚝’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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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화환 옆에서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개입설과 병역기피용 단지 의혹에 휘말린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했다. ‘우(右)광재’로 불릴 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이 보낸 축하화환 옆에서 하객들을 맞았다. 김동주 기자
盧대통령 화환 옆에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개입설과 병역기피용 단지 의혹에 휘말린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했다. ‘우(右)광재’로 불릴 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이 보낸 축하화환 옆에서 하객들을 맞았다. 김동주 기자
22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별관 결혼식장 입구.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이 여동생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찾아온 하객들을 맞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하객의 발길이 뜸해지면 그의 얼굴은 곧 굳어졌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 됐다.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소환 통보가 임박한 상황에서 손가락 절단 문제를 둘러싼 거짓말 논란에까지 휩싸인 일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듯했다.

▽단출한 식장=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측근이지만 화환은 단 3개에 불과했다. 그중 2개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보낸 것이었다. 하객 중 정치인의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300∼400명의 하객 중 이 의원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오랜 지인들로 보였다.

이 의원은 결혼식 전 본보 기자를 만나 “오늘은 좋은 날인데 서로 예의를 지키자”며 단지(斷指) 논란 등에 대한 대화 자체를 거부했고, 식이 끝난 뒤에도 “이러지 말자”며 급히 식장을 떠났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20일 오전 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 의원직을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2일 결혼식이 끝난 뒤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솔직히 검찰에 자진출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검찰의 조사 일정에 맞춰 최대한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중되는 압박=이 의원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기류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청와대의 분위기도 당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22일 “이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검찰에 소환되면 당이 받을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며 “이 문제는 이 의원 스스로 해결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이 이 의원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서게 된 배경엔 이 문제로 인해 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현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친노(親盧) 직계의 핵심인 이 의원이 유전개발 의혹 같은 비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단지 논란과 맞물린 병역 기피의혹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면 여권 핵심부 전체의 도덕성이 직격탄을 맞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여전히 상반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이 의원직을 걸 만큼 큰 잘못은 한 게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애국적 단지를 기억한다. 안 의사는 조국이 위태로울 때 총을 쏠 수 있는 손가락은 남겨 두었다”며 “이 의원의 손가락에서 절절함이 묻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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