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돈 승용차 준 사업가 아들 청와대 취직시켜

  • 입력 2005년 5월 1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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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때 자신에게 2000만원을 주고, 물러난 뒤에는 고급승용차를 제공한 한 사업가의 아들을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시켜 줬다고 17일 발간된 ‘신동아’ 6월호가 보도했다.

신동아에 따르면 문 의장은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중인 2003년 5월 한국청년회의소(JC) 경기지부 권 모 전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으며, 이 무렵 권 전 회장의 아들(당시 32세)을 청와대 4급 공무원으로 승진시켰다.

문 의장은 이에 앞서 1998년 2월 DJ정부시절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재임 때엔 권 전 회장의 아들(당시 27세·무직)을 청와대 5급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권 전 회장의 아들은 국가정보원 6급을 거쳐 2003년 3월 문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자 청와대 4급 공무원으로 승진한 뒤, 올해 4월 문 의장이 당 의장에 취임한 후엔 문 의장의 국회 보좌관(4급)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또한 권 전 회장은 지난해에는 자신이 5300여만원을 주고 새로 구입한 ‘체어맨’ 승용차을 문 의장이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권 전 회장은 “보험료와 세금도 내가 모두 납부했다”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98년 평소 친하게 지내오던 문희상씨가 아들을 청와대에 취업시켜주겠다고 해 당시 대학졸업 후 미국 어학연수 중인 아들을 데려와 청와대로 보낸 것”이라며 “2000만원과 차량을 제공해 준 것은 문 의장이 채무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순수한 마음에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또 2003년 5월 JC 경기지부 홍 모 전 회장으로부터도 2000만원을 받았고, 주택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문 의장은 99년부터 현재까지 홍 전 회장 소유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지 103평, 건평 89평인 2층 주택에 공짜로 살고 있다. 문 의장은 2004년 공직자 재산등록 때 이 주택에 대해 ‘사용대차(건물주가 입주자에게 무상으로 건물을 이용토록 하는 계약)’라고 신고했다.

홍 전 회장은 국비·시비가 지원되는 모 문화원 원장을 지내고 있으며, 최근 자신 소유의 경기 용인 땅이 한국토지공사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돼 55억원을 보상받았다.

문 의장이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이던 2003년 6월3일 개인채무 변재에 사용한 1억8500만원의 출처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고 있다. 문 의장은 1억8500만원에 대해 “2002년 11월30일 작고한 어머니와 2003년 4월29일 작고한 장모가 각각 8000여만원과 1억여원씩 유산으로 물려준 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자 이모 씨가 문 의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수표 사본을 확인한 결과, 1억8500만원 중엔 어머니와 장모가 모두 작고한 이후 수도권 각지에서 발행된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42매 4200만원이 섞여 있다. 1억8500만원에 포함된 수표는 모두 100만원권 57매로 어머니와 장모가 이미 작고했거나 임종 직전인 2002년 9월~2003년 5월 사이에 8개 은행(농협, 우리, 외환, 기업, 조흥, 신한, 국민, 하나)의 수도권 11개 지점(도산로, 선릉역, 시상, 백마, 서여의도, 삼성센터, 석촌동, 의정부중앙, 정부종합, 강동구청, 국회)에서 발행됐다.

신동아는 “문 의장의 해명대로라면 어머니 사망 뒤 발행한 수표가 유산이고(?), 장모는 경제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숙환을 앓고 있던 시점에 시중은행을 돌아다니며 수표를 발행해 사위에게 유산으로 물려준 셈”이라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수표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문 의장이 스스로 밝히거나 계좌추적권이 있는 수사기관에서 밝히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의장의 가족은 권 전 회장의 매출 없는 ‘페이퍼 컴퍼니(속칭 유령회사)’를 인수해 ‘호명개발(주)’로 상호를 바꾼 뒤 2001년 3월25일 C신용금고(현 K은행) 소유 의정부시 의정부동 179-4 빌딩을 32억원에 수의계약으로 사들였다.

호명개발은 문 의장의 아들이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고 문 의장의 막내여동생 남편이 대표이사, 첫째 여동생이 이사, 남동생 부인이 감사였다. 당시 C신용금고엔 1654억원의 공적자금이 지원됐으며 문 의장의 첫째여동생(호명개발 이사)의 남편이 수의계약 4개월 전 C신용금고 감사로 들어간 뒤 계약 2개월 뒤 퇴사했다.

호명개발은 2005년 1월 이 빌딩을 (주)M사에 매각했으나 양측은 매각대금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주변 부동산에선 이 빌딩에 대해 시세가 50억원 정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앞서 문 의장은 ‘신동아’ 5월호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때인 2003년 6월 1억8500만원의 채무를 변제한 돈은 어머니와 장모가 유산으로 준 돈이며 11월9일 변제한 3억5000만원은 권모씨와 홍모씨 등 지인이 준 4000만원, 국회의원 및 비서실장 재임 시절 모친상과 장모상 때 각각 들어온 조의금 1억1500만원과 1억5000만원, 가족들이 도와준 돈”이라고 출처를 설명했다.

그러나 ‘신동아’ 6월호는 “문 의장이 이번에는 수표가 발행된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등 여러 가지 제기된 의문에 대해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문희상 의장 새로 드러난 의혹’의 상세기사는 '신동아' 6월호에 있습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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