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뻔한 수 읽기”전문

  • 입력 2005년 4월 13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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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뻔한 수 읽기”

-수는 상대에게 들키면 끝이다._

이 기 명(국참연대 상임고문)

장기를 두면 서로 상대편의 수를 읽기 위해 온 신경을 판 위로 쏟는다. 상대의 수를 읽으면 싸움은 그 만큼 수월하기 때문이다.

고수들의 수는 대단해서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읽을 수가 없고 읽어 보았자 헛짚기 일 수다.

정치에서도 수읽기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전략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차리면 그 만큼 대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전략은 물론 적의 수읽기에 통달해서 싸우는 족족 승리를 했고 그래서 위나라의 사마의는 하늘을 우러러 사마의을 세상에 내고 왜 또 공명을 냈느냐고 장탄식을 했다.

한국 정치가 별 볼일 없는 낙제점수이기 때문에 수읽기 같은 게 뭐가 필요하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열등생들의 머릿속에도 굴리는 재주는 있어 이런 저런 수를 쓰기 마련이다.

다만 그 수가 너무나 뻔한 것이어서 상대에게 금방 들키는 바람에 이익은커녕 손해만 보는 판이라 보는 사람도 여간 한심한 일이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말이 있다. 못났으면 구구로 입 다물고 있으란 얘기다.

요즘 ‘한 나라 당’이 수를 쓰고 있다.

이른바 ‘러시아 유전’개발에서 비롯한 ‘오일 게이트’라고 하던가.

게이트란 말이 그럴 듯해서 ‘오일 게이트’란 이름을 부치고 정국을 주도해 보자는 심산인 모양인데 진짜 속셈은 따로 있다.

‘오일 게이트’는 뒷전이고 바로 4월30일에 실시되는 보궐 선거가 알맹이다.

‘한 나라 당’에서는 권력실세가 관련된 사건이고 그래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뻔하니 특검을 하자는 것이다.

‘열린 우리 당’은 특검도 좋지만 감사원 감사도 있고 또 검찰수사도 있으니 그게 끝난 다음에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특검도 좋다는 것이다.

검찰수사는 보지도 않고 특검을 하자고 덤비는 ‘한 나라 당’

바로 이게 머리를 짜내서 마련한 이른바 수라는 것이다.

세살짜리 어린애도 알아차릴 수를 수라고 낸 ‘한 나라 당’의 절실한 처지야 이해가 가지만 ‘열린 우리 당’이 정신 나갔다고 특검제를 받을 리가 있나. 그러니 4월30일 선거날 까지 죽어라 하고 ‘열린 우리 당’을 물어뜯는 것이다.

사실 ‘한 나라 당’도 ‘열린 우리 당’이 특검을 받을리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럼 기운이 넘쳐흘러 특검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아니다. 기운도 없다. 그냥 무조건 4월30일까지 ‘열린 우리 당’과 청와대를 흠집 내자는 것이다. 그래야 얻는 것이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수를 읽어버린 것은 ‘열린 우리 당’뿐이 아니라 국민들도 다 읽어 버린 것이다. 읽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영 틀려먹은 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 도대체 지금 어느 국민이 검찰수사가 특정집단의 편을 든다고 생각하는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대에 살고 있는가.

이미 대통령은 검찰권과 경찰권 국정원 국세청 등 이른바 빅 쓰리 라는 권력의 핵심을 놔 버린 사람이다.

검찰청의 개가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만약 있다면 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 것이다.

하긴 ‘한 나라 당’의 집안 형편을 보면 수가 들통이 나던 말든 붙들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나라 당’한테는 가슴 저린 얘기지만 이왕에 말이 나온 김이니 내 친 김에 다 털어 놓자.

‘한 나라 당’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기를 정한수 떠 놓고 이도령 오기만을 기다리는 춘향이 심정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대통령의 지지율은 자꾸 치솟기만 하고 반대로 당내에서는 이 계파, 저 계파’의 주도권 싸움에다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 국부터 마신다고 이명박을 비롯해서 손학규 박근혜가 대권 경쟁에 정신이 없다.

그래서 집안은 그야말로 콩가루가 된 셈인데 이번 보궐선거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덕 좀 보자는 속셈이니 죽고 살기로 덤벼들 것은 보지 않아도 불문가지다.

장기판의 수도 상대가 알아차리면 끝이다. 정치판에서도 수가 들통 나면 포기해야 한다. 그럼 ‘한 나라 당’한테 수를 포기하란 말인가.

그렇다. 그런 형편없는 수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수라도 가르쳐 주면서 포기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있다. 가르쳐 줄 수가 있다. 꼼수 쓰지 말고 정도로 가라.

정도는 무엇인가. 검찰의 수사가 끝날 때 까지 열심히 선거운동이나 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틀렸다 싶으면 특검을 들고 나오라.

길을 모를 땐 큰 길로 가는 게 옳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나라 당’도 큰 길을 걷는 버릇을 배워야 한다.

2004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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