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발언 파장]불거진 개헌론… 說-說 끓는다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23분


3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개헌 발언’이 정치권에 민감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총리는 “올해 개헌 논의는 이르다”면서 논의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미루기는 했지만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병폐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 논의를 미루자면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 일견 ‘모순’된 발언을 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야권의 개헌론 제기에 대한 답변?=내년에 개헌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에 대한 이 총리 측의 설명은 간명하다.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밝힌 대로 집권 3년차에 정치권이 개헌론에 휘말려 대선 국면으로 가는 것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는 최근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가 제기한 개헌론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답변으로 볼 수 있다.

이 총리가 개헌 논의를 내년으로 미룬 데는 나름대로의 정국 전망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 총리는 그동안 사석에서 “2006년 이후가 되면 정치판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취지의 얘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엔 내년 지방자치선거가 끝나면 승패 여부에 따라 정치권이 일대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이날 “내년 상반기 지방자치선거가 끝나고 하반기에 가면 각 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준비 작업에 들어간다”며 2006년 하반기를 개헌 논의 착수시기로 제시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차기 대권과의 함수관계=개헌 논의는 차기 대통령선거의 구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총리가 이날 대통령 임기에 관해 “4년 연임제로 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야 모두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대선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여야가 권력균점 체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DJP연합’ 정권이나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등 최근의 대선 흐름을 보면 차기 대선도 다자간 역학구도에 의해 결판이 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개헌에 우호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다음 대선에 대한 ‘불안감’을 짙게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권도 사정이 복잡하다. 민주당과의 관계나 보-혁구도 재편 등 정계개편 요인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 정교하게 개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개헌 문제는 여권의 정국 운영, 또는 정계개편의 방편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개헌 논의는 이제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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