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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2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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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싱크탱크인 진보정치연구소가 최근 당에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연구소는 당이 전반적인 전략 부재로 진보정당의 이미지조차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40여 년 만의 진보정당 원내 진출을 일궈내며 ‘화려한 데뷔’를 한 지 10개월 만이다.
사실 민노당이 국회에서 이뤄낸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없애는 등 국회의 문턱을 낮췄다. 당 재정 현황을 빠짐없이 공개하고, 깨끗한 정치를 실천함으로써 다른 정당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관심을 크게 높였다.
그럼에도 민노당이 처한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폭발적이던 당원 증가세는 제자리걸음. 여기에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채용 비리와 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로 진보진영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원인을 짚어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비정규직 철폐법안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을 수없이 냈지만 본회의 문턱에도 못가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발의(發議) 정당’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운동권 인사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등 사회운동과 정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극소수 의원 외에 실력으로 승부하는 의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뼈아픈 비판도 들린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20%에 육박하던 당 지지율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밀렸다. 김혜경(金惠敬) 대표가 지난달 27일 당 대회에서 뼈를 깎는 변화와 쇄신, 폭넓은 대중성 강화를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위기 의식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아직도 상당수 국민은 자신의 이념과는 별개로 ‘민노당이 건강하게 자리 잡아야 한국 정치가 바로 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특정 계층을 대변하면서도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정치,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정치를 펴는 쪽으로 민노당이 최근의 진통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바란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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