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방문 이모저모]“위험 무릅쓰고 이곳까지” 장병들 감격

  • 입력 2004년 12월 8일 2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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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 시간)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부대 도착 직후 부대원들의 박수와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왼쪽). 노 대통령이 숙영지 내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한 병사의 기습 포옹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가운데). 노 대통령이 장병들과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배식을 받고 있다.아르빌=박경모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 시간)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부대 도착 직후 부대원들의 박수와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왼쪽). 노 대통령이 숙영지 내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한 병사의 기습 포옹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가운데). 노 대통령이 장병들과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배식을 받고 있다.아르빌=박경모 기자

8일 오전 7시 20분경(현지시간)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부대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은 맨 먼저 지휘통제실을 찾았고, 지휘관들은 박수로 맞았다.

▽지휘관과의 대화=황의돈(黃義敦) 사단장으로부터 현황을 보고받은 노 대통령은 “잘한다는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盧대통령 자이툰부대 방문 사진보기

한 지휘관은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베트남전 파병 때는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그때도 우리 대통령들이 다 바빴지요?”라고 반문하며 “하필 베트남전을 얘기하는 바람에 말하기 곤란해졌다. 방문하는 게 도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트남전 파병 당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1966년 10월 베트남을 방문해 맹호부대 장병 등을 격려했다.

▽장병들과의 아침 식사=오전 8시경 노 대통령은 부대 안에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기다리고 있던 420여명의 장병들은 일제히 일어나 함성과 함께 박수로 노 대통령 일행을 맞았다.

노 대통령은 배식대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밥과 반찬을 담으면서 “배추는 서울에서 직접 가져오느냐”고 묻는 등 관심을 표시했다. 식사 메뉴는 쇠고기 무국, 갈비찜, 배추 겉절이, 나물, 오징어볶음 등. 노 대통령은 배식판에 밥과 반찬을 가득 담으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이걸 언제 다 먹겠나”라고 말한 뒤 병사들 사이에 앉았다.

식사를 마친 뒤 사회자가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말을 하라”고 하자 여군인 김세령 중사가 일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게 돼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것보다 더 영광이다. 실제로 보니 훨씬 잘생겨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노무현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한국 자이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아르빌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뒤 이동하는 지프차량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여러분과 밥을 함께 먹으면서 표정을 보니 다시 군대에 입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생활 할 때 하루하루가 지겨웠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군대에서 고생할 때였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남은 문제는 대통령이 잘해 달라는 것인데, 잘하고 싶은데 하도 별로라고 타박을 어떻게 주는지 마음이 씁쓸했던 게 사실이다. 나도 잘하겠다”고 다짐하자 또다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노 대통령은 부대에 격려금을, 전 장병에게 검은색 가죽 반지갑 3800개를 선물했다. 지갑 안쪽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권양숙’이라는 글씨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내무반 순시 및 자이툰 병원 방문=노 대통령은 오전 8시 55분경 ○○민사여단 5중대 내무반을 시찰한 뒤 부대가 현지 주민들을 위해 운영 중인 자이툰 병원을 방문했다. 지프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한 장병이 대열에서 뛰쳐나와 “대통령님 한번 안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을 안고 한바퀴 돌리자 다시 차량에 오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르빌=공동취재단

쿠웨이트=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자이툰부대 방문 극비추진 과정]암호명 ‘동방계획’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지난달 25일 노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이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과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에게 “유럽 순방 후 귀국 길에 자이툰부대 장병을 격려하겠다”며 구체적인 준비를 지시했다.

아르빌 상황 열악…직항 포기

이후 NSC 사무처와 합동참모본부, 외교통상부, 대통령경호실 등은 극소수로 합동 준비팀을 구성하고, 자이툰부대 방문 계획을 준비했다. 이번 이라크 극비 방문 계획의 코드명은 ‘동방계획’.

준비팀은 당초 노 대통령이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곧바로 아르빌 공항으로 가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아르빌 공항의 규모와 열악한 상황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쿠웨이트나 터키를 경유하는 방안을 검토한 끝에 쿠웨이트 경유로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아르빌 공항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고, 야간 관제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일정이 도중에 변경되었다. 노 대통령이 아르빌 공항에 아침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쿠웨이트 도착 시간을 오전 5시로 정해놓고 프랑스 출발 일정을 조정한 것.

이 때문에 파리에서 떠나는 시간이 당초 7일 오후 4시에서 오후 8시로 4시간 늦춰졌다. 이 같은 일정 조정 때문에 노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4시간을 더 머물게 됐고, 이에 따라 프랑스 상원의장 면담과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방문 일정이 추가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고위급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노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 사실을 사전에 통보했으며, 이라크 현지의 다국적군 사령부에도 이를 통보했다.

프랑스 방문일정도 변경

또한 이라크 과도정부에는 노 대통령이 이라크 상공을 벗어난 직후인 8일 오전 11시 40분경 임홍재(任洪宰) 주이라크 대사가 사드 알 하야미 이라크 외무장관 대리에게 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방문 사실을 알렸다. 노 대통령이 C-130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 상공을 비행할 때에는 미 공군이 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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