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을 접수하라” 與계파간 파워게임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46분



열린우리당 내 정파간의 파워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기선을 잡은 뒤 내친 김에 차기 대권까지 대세를 몰아가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 왔던 주도권 다툼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 발언 파문’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각 정파는 김 장관이 전당대회와 차기 대권을 위해 발걸음을 뗐다고 보고, 계파 정비와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파워게임에 참여하는 정치세력은 ‘5대파’. 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당권파’, 개혁당 출신과 진보개혁세력이 중심이 된 ‘개혁당파’,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이광재(李光宰) 의원으로 대변되는 ‘친노 직계’,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의 ‘중도보수파’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개혁당파와 재야파다. 개혁당파는 노골적으로 당권 장악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당파 내부에서의 분화 조짐도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과 ‘국민의 힘’ 등 친노 세력들은 “열린우리당을 접수하라”면서 ‘국민참여연대(국참연)’라는 정치단체를 결성키로 하고 세 불리기에 들어갔다. 이들은 전당대회까지 기간당원 가입과 경선 출마 등을 통해 당내 주요 세력으로 자리를 굳힐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은 유시민(柳時敏) 김원웅(金元雄) 의원이 이끄는 ‘참여정치연구회’를 비판하는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유 의원이 24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참연의 정치활동 선언에 대해 “진짜 친노는 참여정치연구회밖에 없다”면서 “참여정치연구회는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뛴 집단”이라고 ‘개혁세력 적자(嫡子)론’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야파는 김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계파 결속 및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당내에서는 ‘국민정치연구회’란 의원 모임이, 외곽에선 ‘한반도재단’이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차기 주자 가운데 외곽조직이 가장 탄탄하다고 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야파와 경쟁관계에 있는 당권파는 아직까진 관망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 장관이 의원들과 꾸준한 접촉을 가지면서 조직을 다지고 있다. 당권파 내부에서는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 중이다.

친노 직계는 당내 파워게임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너무 빨리 차기 대권경쟁이 불붙을 경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레임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아 친노 직계세력의 참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당내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안개모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안개모는 23일 회동을 갖고 내년 전당대회에서 노선을 같이하는 후보를 지지키로 해 당내 정치세력간 균형을 깰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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